내가 당하면 반드시 사과받아야 하지만 내가 남을 놀린 건 사과 안해도 되나?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 논란이 거세다. 일본 여러 방송사들이 BTS 출연을 약속이나 한 듯이 일괄 취소시키고 있는 중이다. 중앙일보는 일본이 이럴수록 그들의 과거사가 부각되고 이미지가 악화될 것이라며 격분하는 기사를 실었으나 지금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아시아 최대규모 음반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에서 활동하기가 어려운 처지에까지 몰린 BTS가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일의 단초를 제공한 지민은 경위야 어떻게 되었든 일본 팬들에게 공식사과를 함이 옳겠다. 일본 정부와 그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다. BTS를 사랑하는 일본 팬들에게 하면 된다. 과거 트와이스의 쯔위도 한 방송에서 청천백일기를 꺼내들어 중국인들의 반발이 치솟자 검은 티셔츠를 입고 나와 사과방송을 하기도 하였다. 당시 지나친 사과가 아니냐는 여론은 있었으나 굴욕적이라고 비판하는 여론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쯔위는 자존심이 없어서 사과한 게 아니다. 사과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활동하기 어렵게 될 수 있으니 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향후 일본에서 어떤 공연이나 활동을 할 예정이 없고 일본인 팬들이 다 떠나가도 상관이 없다면 사과가 불필요할 것이나 일본에서 얻어야 할 이득이 있다면 자존심을 굽히기 바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내 네티즌들은 대체로 일본 극우 비판 일색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일본 자위함기 문양을 사용하기만 하면 즉시 노발대발하며 SNS 테러를 벌이고 끝끝내 사과를 받아내고야 만다. 이번 사건은 한국 아이돌이 일본을 도발한 것이다. 내가 당하면 반드시 사과받아야 하지만 내가 남을 놀린 건 사과 안해도 되나? 균형있는 자세를 갖춤이 옳다.

그리고 식민지배를 당한 나라라고 해서 예전 지배국에게 무슨 채권자마냥 행세할 수 있는게 아니다. 좌파들이 최근 주장하는 ‘정의로운 한일관계’ 따윈 없다. 인류의 역사나 국제사회의 질서 어디를 봐도 그다지 정의가 구현된 사례는 없다. 오직 돈과 힘의 논리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