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정훈(公報精訓)'으로 부르면 정치 중립이 되고, '정훈(政訓)'이면 안 된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센 만능의 보검은 무엇일까? '일제 잔재'라는 용어이다. 이 말만 해 버리면 없애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없앨 수 있고, 상대의 반론을 일거에 막아버릴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욕을 끌어 퍼부어도 욕쟁이가 되기는커녕 열혈 애국자가 된다.

국방부가 '헌병'이란 말을 '군사경찰'로 바꾸기로 했다는데 그 이유인즉 '헌병'이 일제 잔재 용어이라는 것이다. 일제 잔재라서 없애야 한다면 일본에서 들어온 말은 모두 바꾸어야 옳다. 다 같은 일제 잔재인데 어떤 것은 괜찮고 어떤 것은 없애야 한다면 그건 이중인격이자 위선이다. 일본을 통해 알게 된 민족. 민주주의. 국가. 재판. 전화. 전기 등 말하기에도 숨가쁘게 많은 용어들을 다 쓸어 버려야 하게 되었다.

'정훈(政訓)'이란 말이 참 잘 지은 이름이며 의미도 좋다고 느껴 왔는데 그것도 ‘공보정훈(公報精訓)'으로 바꾼다는데 그 이유가 같잖다. ‘정’자를 정치(政) 정에서 정신(精) 정으로 바꿔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공보정훈'으로 부르면 정치 중립이 되고, '정훈(政訓)'이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닌가? 차라리 솔직하게 '정훈(政訓)'은 이승만 대통령이 지은 이름이라서 바꾼다고 해라. 저런 논리라면 일본어는 왜 가르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