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14일 사설(社說)을 통해 뉴욕타임즈 기사가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살다보니 별 코미디 같은 일을 다 본다. 가짜뉴스 전과자라고 할 수 있는 ‘한겨레’가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지적하다니.

뉴욕타임즈는 12일 ‘북한이 최소한 미사일 기지 16곳에서 미사일 프로그램을 몰래 진행하고 있는 정황이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영구 폐기를 약속하면서 그것이 미사일 프로그램 포기인 것처럼 선전한 것은 거대한 기만행위라고 했다.

북한은 동창리 시험장, 풍계리 핵실험장 등 그 역할이 끝나 쓸모가 없어진 핵 시설을 폭파했다. 그것도 ‘전문가 검증’ 약속을 깨고 비전문가인 기자들만 불러 놓고 폭파 쇼를 벌였다. 그리고 대단한 비핵화 조치라도 한 것처럼 포장해 왔다. 그 대가로 미국의 ‘상응 조치’를 끊임없이 언급하며 종전 선언 및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타임즈는 美 정보 당국의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고, ‘핵시설 신고 없이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며, 트럼프 대통령도 속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한겨레의 社說은 뉴욕타임즈 기사를 간단히 소개하며 이렇게 시작한다.
“이런 비판은 대체로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거나,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탕한 것이라는 점에서 옳지 않다. 이제 막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시점에 북-미 핵협상은 양쪽이 힘겨루기를 하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분명한 객관적 근거도 없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건 우려스럽다.”

첫 대목에서부터 한겨레의 편향성이 드러난다. ‘민감한 시기’에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가 우려된다니. 누구에게 민감한 시기라는 것인가? 북한의 눈치를 보며 ‘판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지금이 ‘민감한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문장에서 문재인 정부와 운명을 같이하는 한겨레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듯하다.

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북한과의 협상 목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완전한 비핵화’의 진전은커녕 상대를 속이는 ‘기만행위’만 늘어난다면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문제제기를 해서라도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이 언론의 역할 아닌가. 더구나 ‘민감한 문재인 정부’와는 아무 상관없는, 정부에 대한 확실한 견제를 ‘사명’으로 여기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한겨레가 무슨 자격으로 ‘우려’를 운운하는지 참 우습다.

한겨레는 CSIS가 언급한 삭간몰 기지는 ‘새로 드러난 비밀기지’도 아니며, “사정거리 500㎞ 이하인 스커드 미사일을 운용하는 기지로, 미국 타격용인 사거리 수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이 ‘거대한 사기’를 치는 것처럼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 및 북한 정권을 향한 민주당과 미국 언론의 비호감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기지의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게 ‘팩트’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앞으로 북-미 협상 과정에서 논의되고 해결될 사안이긴 하나, 이걸 두고 ‘북한이 사기 쳤다’고 보도하는 건 왜곡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친정부 언론답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똑같이 말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하는데 있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없애면 된다는 뜻인가. 남한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놔둬도 괜찮다는 것인가.

‘미사일 기지의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게 팩트’라며 뉴욕타임즈 기사를 ‘왜곡’이라고 평가한 한겨레의 말도 틀렸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2일, ‘6·12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심지어 김의겸 대변인을 두둔하며 그의 발언의 부적절함을 지적한 국내 언론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보수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문재인 정부 비난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이 <뉴욕 타임스> 보도에 관해 사실 확인 차원의 설명을 하자, 일부 신문은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미국발 기사의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 정부 비판에 활용하려는 건, 정치 행위일 뿐 언론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한겨레는 김의겸 대변인의 말을 그저 ‘사실 확인 차원의 설명’이었다고 변호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국 미국이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도 약속에 포함됨을 강조한 점, 핵의 운반수단인 미사일 개발을 국제적으로 불법화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1718호’에 미사일 개발 금지 조항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날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부적절한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북한의 대변인인가’라는 비난은 국내 보수 언론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13일 관련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이 ‘북한 대변인인가’라는 것이었다.

한겨레는 보수 신문들의 비판적 보도를 ‘정치 행위’라고 매도하며 ‘언론의 역할’에서 벗어난 것이라 지적했다. 헛웃음 짓게 하는 말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무조건 사실로 믿으라는 말인가. 정권을 가장 날카로운 시선으로 견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니던가.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읽고 정부에게 분명하게 따지는 게 맞다. 북한이 폐기하지 않은 미사일 기지가 16곳이 넘고, 계속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는데, ‘대체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함을 설파해왔는가’라고. 여전히 남한을 사정거리에 둔 미사일 운용 기지를 폐기하지 않고 있는데, ‘뭘 믿고 남북군사합의를 했으며, 뭘 믿고 자진해서 무장해제를 하는가’라고.

지금까지의 한겨레의 보도행태를 보면 이런 ‘적반하장식’ 사설이 어쩌면 당연하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한 보도만 봐도 답이 나온다. 한겨레는 ‘동지’와 같은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확인도 없이 ‘사실’로 믿었다. 그 결과,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 ‘탄핵이 기각되었을 때’를 대비한, 즉 촛불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건이라는 김의겸 대변인의 말을 그대로 수용했다. 공개된 해당 문건에서 ‘촛불 시위 진압’이라는 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도, 사실 확인 없이 왜곡 보도함으로써 국군을 ‘대역 죄인’으로 몰아가는 데 앞장섰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강조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촛불 진압 계엄령’이라는 표현을 기사 제목으로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겨레는 부디 ‘언론의 역할’, ‘사실 보도’를 태평양 건너 남의 나라 언론사에 들이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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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한겨레신문의 14일자 사설

[사설] ‘대북 강경론’ 부추기는 부정확한 보도, 우려스럽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각)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20여곳 중 13곳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과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협상을 맹비난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 회의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대체로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거나,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탕한 것이라는 점에서 옳지 않다. 이제 막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시점에 북-미 핵협상은 양쪽이 힘겨루기를 하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분명한 객관적 근거도 없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건 우려스럽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확인했다면서도, 황해북도 삭간몰 기지 1곳을 빼곤 나머지 기지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군사분계선에서 85㎞ 떨어진 산악 계곡에 위치한 삭간몰 기지는 1991년 조성돼 1999년 9월 스커드 미사일 27기를 배치했고, 2018년 11월 현재 7개의 지하터널 시설 등을 여전히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드러난 비밀기지는 분명 아니다. 2016년 3월엔 북한이 이곳에서 미사일을 쏴,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또 사정거리 500㎞ 이하인 스커드 미사일을 운용하는 기지로, 미국 타격용인 사거리 수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뉴욕 타임스> 등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대 해체를 약속해놓고 숨겨진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며 “거대한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미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및 북한 정권을 향한 민주당과 미국 언론의 비호감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기지의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게 ‘팩트’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앞으로 북-미 협상 과정에서 논의되고 해결될 사안이긴 하나, 이걸 두고 ‘북한이 사기 쳤다’고 보도하는 건 왜곡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보수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문재인 정부 비난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이 <뉴욕 타임스> 보도에 관해 사실 확인 차원의 설명을 하자, 일부 신문은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미국발 기사의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 정부 비판에 활용하려는 건, 정치 행위일 뿐 언론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미국 연구기관이나 언론이 대북 강경론을 부추기는 보고서를 내거나 보도를 하면, 이를 국내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정부 대북정책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소재로 이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파장을 키우려는 대북 강경론 커넥션을 새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