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은 양쪽 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어떤 현상에 대해 입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인용구의 핵심이다.
필자는 조선일보에 부정기적으로 연재하는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의 인물 에세이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인물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명갈럼이다. 해당 인물과의 사적인 인연이나 대화는 물론 에피소드 같은 것이 여과 없이 등장하고 이에 덧붙여 자신의 인물관을 명쾌하게 피력하는 에세이다. 오늘은 강영훈 전 총리에 관한 글이다. 정의와 신념에 찬 장군이자, 학자였고 동시에 청렴하며 지조가 있는 선비였다는 것이 김동길 교수의 강영훈 정 총리에 대한 대제적인 인물 평이다. 그분의 에세이에는 인물평뿐만 아니라 해당 인물을 통해서 오늘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오늘은 강영훈 전 총리를 통해서 최남선 선생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내용과 한국의 보수 진보에 대한 내용이 부실한 것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강영훈 전 총리가 생전에 말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 무슨 보수가 있습니까. 의회정치의 틀도 마련하지 못한 처지에 누구를 보수라고 하고 누구를 진보라고 하겠습니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보수라고, 반동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지요. 평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진보라고 해야 옳은데 친북·종북 세력을 다 묶어 진보라고 한다면 자유와 평등의 두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는 무가치한 논쟁만 벌어질 뿐입니다."
미국에서 오랫 동안 공부도 하고 대학 교수를 하며 사셨던 분으로서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언론들이 떠드는 이같은 분류가 한심하였을 것이다.
이런 글들이 나가면 많은 댓글들이 따른다. 댓글 쓰는 사람들의 수준도 보통은 아니다. 그 짦은 글 속에 자신들의 생각을 아주 효율적으로 온축시켜 명 문장들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 경탄할 때가 있다. 오늘 댓글 중에는 소트라테스를 등장시켜 강영훈 전 총리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있어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아마 이분은 전체 글 중에서 강영훈 전 총리가 5·16 군사 혁명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갔다는 내용 때문에 이 같은 댓글을 올린 것 같다. 강영훈 전 총리는 군인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안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그의 처남인 김응수 장군과 함께 5·16을 반대했던 것이다. 우선 댓글 내용의 전문을 소개해 보자.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며 고상한 척하는 자를 나는 좋게 보지 않는다. 이런 자는 진짜 굶어 보지 않은 자다. 3일만 굶어봐라 눈이 뒤집혀 손이 저절로 남의 밥상으로 가게 된다. 이건 천리다. 박정희 소장이 군사쿠테타(軍事舊態打)를 한 1961년도의 예산 52%가 미국 지원금이었다. 보릿고개 세계 최빈국 거지 나라였다. 이게 바로 박정희 소장이 軍事작전 하듯이 썩어 빠진 舊態를 打파하게 된 이유다. 소크라테스 운운하는 자는 배부른 자이다. 배부른 자 아니면 배우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면 소크라테스가 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자는 굶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감히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라는 고상한 척 보이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배불리 키워준 아버지 박정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자주독립국가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진정으로 사람 노릇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강영훈 총리의 5·16 당시의 처신은 나름대로 원칙을 지킨 것이다. 쉽지 않은 처신이다. 그렇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혁명을 일으킨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5·16이 없었다면 우리는 잘해봐야 필리핀 정도의 국가가 되어 매년 미국 원조만 쳐다 보는 한심한 나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영훈 총리의 처신도 훌륭하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의 강직함과 청렴성을 인정하고 나중에 이런저런 자리를 마련하여 그에 대한 대우를 해주지 않았나 싶다. 댓글을 쓴 분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미 고인이 되신, 더구나 훌륭한 인물로 소개된 어른에 대한 예의를 담아 댓글을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주제와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왕 소크라테스가 등장했으니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얘기를 좀 해보자. 이 말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이 처음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보다 먼저 다른 사람이 이같은 말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존 밀의 저서에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정확한 원문은 다음과 같다.
"It is better to be human being dissatisfied than a pig satisfied; better to be Socrates dissatisfied than a fool satisfied. And if the fool, or the pig, are of a different opinion, it is because they only know their own side of the question-만족하는 돼지보다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낫고 만족하는 멍청이보다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크라테스가 낫다. 멍청이들과 돼지들은 의견이 다를 때,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한쪽 면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Mill의 인용구를 사용할 때, 앞 문장을 축약하여 '배부른 돼지보다 생각하는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인용구를 자주 사용하지만 이 인용구의 하일라이트는 뒷문장이다. 돼지와 멍청이는 한쪽 면만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Mill은 "The other party to the comparison knows both sides"를 덧붙인다. 위 문장에 나오는 인간 또는 소크라테스는 상대적으로 문제의 다른 면도 함께 알고 있다는 말이다. 현명한 사람은 이쪽 면 저쪽 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어떤 현상에 대해 입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멍청이 아니면 돼지라는 것이다. 폐쇄적인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복잡다기한 현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의 생각만이 해답이라고 떠드는 어리석은 언행을 하는 사람을 꾸짖는 경구다.
이런 인용구를 읽으며 딱 떠오르는 집단이 바로 현 정권에 꽈리를 틀고 앉아 있는 운동권 세력이다. 노조는 알아도 경제는 모르고 통일은 알지만 자국민에 대한 위기 관리는 할 줄 모른다. 뭐 그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 인용되는 한국의 인용구도 있다. '천지 분간 모르고 깨춤을 춘다'라는 것이다. 상황이나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남북 통일한다고 뛰어다니는 문재인 대통령이 떠오른다.
요즘 한국에서 우리 국민을 가리켜 '개·돼지' 지칭하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배운 무식쟁이'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모두 자기가 아니면 자기 편만이 옳다고 핏대를 올리는 반신 불수 지식쟁이들이 백화 제방의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내로남불'이라는 것도 위에서 인용한 돼지와 멍청이들의 부분적 뇌 작동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단순 사고, 흑백 논리, 그럴 듯한 거짓 구호에 쉽게 세뇌되는 수준, 모두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는 원인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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