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수선하고 어지럽다. 문재인 정권은 희망이 아니라는 인식이 넓게 번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이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이다. 자유한국당의 변화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의 문제는 지지 세력의 신뢰를 회복해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으로 올라서는 일이다. 어떤 변화가 그 길을 열게 될까?

많은 사람들은 대표성의 회복을 위해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전위(前衛)가 되고 종북(從北)·反 대한민국 세력을 쳐부숴야 한다고 믿는 대한민국 국민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수의 전위다. 왜 전위인가? 그건 지금은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대한국은 3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다. 냉전, 남북전쟁 그리고 국내의 이념전쟁이다. 지금도 그 전쟁은 계속 중이다.
냉전은 끝났지만 한국은 냉전의 유일한 고아로 남아 있다. 남북전쟁 그리고 국내의 이념전쟁은 더 치열하다. 남북전쟁 이념전쟁은 해방에서 73년 기간 단 한 순간도 멈춘 일이 없다. 어쩌면 이 전쟁은 그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도 하다.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은 이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승리의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김영삼 시대 이후 이 보수정당을 이끌어 간 대통령, 당 대표 어느 누구한테서도 대한민국이 전쟁 중이라는 인식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 실패를 넘어서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넘어서야 할 장애의 하나가 촛불 데모의 탄핵공세에 분열했던 어제의 정리다. 여기서 이 문제를 말하는 것은 조직강화특위 위원장 김용태 의원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이 사당(私黨)이 되도록 앞장서고 최순실 국정 농단을 방치하고 조장했던 분들, 유능하고 참신한 신인 발굴을 위해서라도 정치 지형 상 우리에게 유리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존재감과 활동이 미미한 사람을 가려내겠다.”(동아일보 11월19일자)

이 말 대로면 조직강화특위는 최순실은 국정을 농단했고 당은 이 짓을 방치한 책임까지 있는 것으로 했다. 당이, 소속 의원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까?
 
탄핵 파동 때의 일은 협의로는 어림없고 토론으로도 넘어서기 어려운 날카로운 문제다. 그래서 생각함직한 방안이 백서(白書)다. 사실에 기초한 백서를 마련하고 의원총회든 혹은 지구당위원장 회의든 회의체가 이를 승인하고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를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거짓에 눈감고 거짓에 굴복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는 백서는 자유한국당을 일깨우는 것에 더해 생각 안 하는 다중(多衆)에게도 생각하며 사는 길을 여는 소득이 있을 수도 있을 테니….

2018.11.21.
이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