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前 사령관은 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쓴 유서에서조차도 본인의 따뜻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인품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군인으로서 가졌던 강직함과 위국헌신의 자세 그리고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지는 자세는 그대로 분명하면서도 이와 같이 안으로는 한없이 겸손하고 상대를 생각하는 인품의 지장(智將)이고 덕장(德將)이었습니다.

유서에서 수사기관이나 집권 세력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문구가 들어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사람들이 보기에는 밋밋한 유서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문장에 그 행간에 담긴 의미와 큰 울림을 그 사람들이 반드시 느끼고 알아야 할 텐데요, 정말 제대로 깨달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강압적이고 과잉한 수사로 국민의 군대를 매도하고 망가뜨리지 말라는 것과 군뿐만 아니라 공직과 사회 전반에 너무 오래 계속된 적폐청산이라는 저주의 굿판, 죽음의 굿판을 제발 이제 그만 거두라는 뜻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참 세상이 묘합니다. 유서에 나오는,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라는 표현을 가지고 마치 고인이 이 사건에서 본인이나 기무사 직원들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단순히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혹 그런 해석도 있겠다 싶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입장에 따라 각자 보고 싶은 대로 보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고 고인이 적은 의미를 저는 좀 더 많이 알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것은 결코 세월호와 관련하여 기무사가 무슨 잘못을 했고 벌 받을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사령관이었던 자신이 다 안고 가겠다, 부하들은 건드리지 마라라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고인은 세월호 사찰 수사 건에 관해서는, (저나 고인은 이 사찰이란 단어도 전혀 상황에 맞지도 않고 쓰기 싫었습니다만) 본인이나 부하들이 그와 관련하여 죄인 취급받을 어떤 잘못도 없었다는 생각, 당시 세월호 유족에게 이른바 사찰을 한 것도 아니고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 아니고 그 시점에서 당연한 임무수행이었다는 생각에는 한 점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일로 현역 장성 등 3명이나 군에서 먼저 구속되고 자신과 지금도 검찰청 조사를 받고 있는 전 참모장까지 아무 잘못한 것 없고 군인으로서의 양심에 아무런 가책이 없다는 신념을 확고하게 가졌습니다.

그러면 왜 안고 가겠다고 했느냐, 그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1차적 이유는 ‘우리(기무사 직원들)는 세월호 관련 임무수행에서 잘못이 없다고 보지만 만약 군 법원이나 일반 법원에서 잘못 있다고 문제를 삼겠다고 한다면 이것을 사령관인 자기의 책임으로 하고 하급자들을 관용해 달라’는 수사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2차적 의미는 검찰이 고인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인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료들을 내놓고 과잉 수사를 진행할 의도와 조짐을 짙게 내보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수사의 범위나 대상, 문제 삼는 방향 등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그 조짐의 세부적인 사항은 몇 가지가 있지만 당장 여기서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팀에 대해 점검을 해주기를 요구하고 기대합니다. 그래야만 앞으로도 이런 일을 줄이고 막을 수가 있습니다.

별건 수사가 있었냐고 기자들이 묻습니다. 현재로서는 단정키 애매합니다만 분명히 과잉 수사의 의욕을 드러냈고 그런 과잉수사에서 별건수사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검찰은 제발 팔이 안으로 굽는 시각에서 점검하지 말고 이런 일이 있을 때 정말 잘못된 수사관행을 그리고 좌우도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 수사과욕을 검찰 밖의 국민들 시각에서 한 번 돌아봐주기를 호소합니다. 금수 같은 범죄가 아닌 한 설사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인권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입니다.

30년 가까이 검사로 근무한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되니 착잡합니다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고언으로 봐주십시오.

2018. 12. 9 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