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안되는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제3의 정당? 그것은 더욱 현실성이 없는 발상이다. 오늘날 우파의 지리멸렬 현상을 두고 어느 기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문제의 핵심이 달라 보인다. 박근혜의 입장에서 현재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으며 우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의 입장에서 보면 김무성은 배신자가 맞다. 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이 다양해진다.

책임이란 권한과 비례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파 몰락의 결과를 초래한 원인과 책임을 묻는다면 일련의 과정에서 누가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실 정치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느냐에 따라 책임의 경중도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권한의 크기에 따라 책임의 소재를 묻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무성의 경우 그 당시 여당 대표로서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김무성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만들고 두 번에 걸쳐서 공천권도 행사했다. 더구나 박근혜는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막강한 헌법적 권한을 위임 받았다. 사실상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무성과 유승민이 반항을 했지만 그 정도는 박근혜가 가지고 있는 권한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탄핵 자체에 대해서는 김무성의 처신은 잘못된 것이지만 우파 몰락의 원천적이고 핵심적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박근혜다. 시민으로서의 권한밖에 없는 한 시민이 촛불 몇번 들었다고 탄핵 사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책임이란 권한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억울하게 감옥 갇혀, 더구나 30년 이상의 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필자도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늘의 우파 문제에 대해 산뜻하고 명쾌한 원인 분석을 하지 못하는 것은 탄핵과 박근혜에 대한 형사 재판을 동일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같은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사안이다. 시계열상으로 탄핵이 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고 재판을 받고 형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탄핵이 형사 재판은 아닌 것이다.

전직 두 대통령을 모두 잡아 가둔 것은 탄핵이 아니더라도 좌파들이 정권을 잡으면 실행했어야 할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과거 두 정권에서 안보와 공안을 담당했던 당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잡아들이고 구속을 시켰다. 안보 공안뿐만 아니라 언론 정책이나 문화 정책을 담당했던 인사들도 거의 예외 없이 거세를 하였다.

좌파 세력들의 광우병 소동, 세월호 소동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적폐 청산과 남북 평화 문제를 들고 나오는 과정은 어느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낸 구호들이 아니다. 좌파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좌파 사상과 북한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 낸 복합적인 행동 양식들이다.

필자는 탄핵 과정에 대한 책임을 현재 시점에서 따지는 것에 반대해 왔다. 누구의 편을 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런 논쟁은 그나마 조금 잠잠해진 야권을 또다시 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 넣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사 속의 사건들에 대한 해석도 뚜렷한 결론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세월이 흐르면 어떤 현상에 대해 현재보다는 객과적일 수 있으나, 후세들 역시 자신의 처지에 따라 역사적 사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현재 진행형의 야당 상황을 책임의 경중을 따져 명쾌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얼마나 당선될지 상당히 비관적이다.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들에 의하며 자유한국당에 대해 가장 높은 지지 수치가 25% 정도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복당파든 잔류파든 그것은 언론들의 흥미 본위 분류이거나 계파 싸움으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소행이겠지만 먹고 살기 힘든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한 당내 분열상일 뿐이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고 정치적 생존을 하거나 연명할 수는 없다. 그들에 대한 책임은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이 물을 것이다.

대안도 없이 자유한국당을 없애야 한다고 맹렬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당원 여부와 관계 없이 애국당의 정서와 동일하며 주장 역시 똑같다. 그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1%도 안되는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제 3의 정당? 그것은 더욱 현실성이 없는 발상이다. 지역을 볼모로 3김이 창당했던 지역당이 아니고서는 최근에 정당을 창당하여 성공한 역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