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요구하고, 우리는 법과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자기 정당성이 무너집니다.
“자유한국당에 민주주의가 있는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당한 지 25년째 되는 저는, 최근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비상 상태니까 민주주의를 따질 때가 아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비상 상태일수록 민주주의를 지켜야, 비상 상태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자유한국당 모습을 보면, 모두 얼이 빠져 '당내 민주주의'를 따지면, 눈치 없는 사람 취급 받습니다.

둘째, 정당의 힘은 민주주의로부터 생깁니다. 자유한국당이 요즘처럼 '당내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셋째, 우리 당은 내부 역량이 대한민국 정당 가운데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국회의원만 112명이나 되는 제1야당입니다. 그러나 탄핵과 분당·창당·복당,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구속을 거치면서, 지도부가 제 정신을 못차리고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내부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들이 저질러 놓은 문제의 해답을, 바깥에서 찾아봐야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넷째,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인이 되어서 책임을 지고, 외부인사를 영입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행태는 주객전도입니다.

다섯째,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주류 정당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건국·호국·산업화·민주화의 중심세력입니다.

김정은의 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과는 분명히 다른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입니다. 김병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려면, 김병준이 노무현의 정체성과 결별했는지? 따져봤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이 노무현과 섞어찌개 정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확실한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여섯째, 우리당 국회의원 112명이 선출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적 정통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정통성이 없습니다. 이제 비상대책위원회는 끝내야 합니다. 정당하게 선출된 나경원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서, 가급적 빨리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합니다.

일곱째, 최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253개 당원협의회장을 일괄 강제 사직케 하고, 그 중 21명의 국회의원과 79명의 당원협의회장을 탈락시킨 결정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습니다. 헌법 제8조, 정당법, 당헌당규에 어긋납니다.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정당 역사상 이런 폭거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아무리 비상상황이고, 좋은 뜻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는 지켜야 합니다.

법치주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요구하고, 우리는 법과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자기 정당성이 무너집니다.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합당하게 선출되면, 비상대책위원회의 이런 문제도 재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비상상황에서 지도력이 흔들릴수록, 당내의 중요한 결정은 정당한 기구에서, 충분하게 토론되고, 회의록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정체성이 전혀 다른 외부인사들이, 밀실에서, 회의록도 없고, 공개하지도 않은 채, 국회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 지위를 박탈하는데도, “그만하면 잘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저의 민주적 양심이 참지 못하고 몇가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