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운동권 시절의 비경제적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책임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어제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을 두고 많은 방송들이 잎다퉈가며 그 행사와 의미 등을 과대평가하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북한 인프라나 자원개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아직 현실화되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경제성 분석도 없이 내용도 부실하고 현실화되기엔 어마어마한 선결조건이 있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MOU 하나 체결하고는 흡사 엄청난 대박이 터진 것마냥 떠벌려서 주가를 뻥튀기하는 주가조작을 보는 듯합니다.

우선 대북제재중이라 식만 할 뿐 본격적 비용이나 물자가 수송되는 '착공'은 할 수가 없어서 착공은 없는 착공식 즉 착수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곳에서 있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 내용보다 쇼에 치중한다는 건 이미 우리 국민들도 겪을 만큼 겪긴 했으나, 이번 착공식 건은 참 너무하는군요. 하도 떠들썩해서 국민들이 보면 마치 당장이라도 본격 공사가 이루어져 '유라시아 철도' 운운하며 철도로 유럽까지도 바로 갈 수 있고 물류효과도 굉장해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 즉 대박이 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지만, 이건 아니죠. 막상 예산을 쓰고 어떤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때에는 마치 기업에서 정확하게 주주와 이사들에게 사실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하듯이 정부는 국민들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남북철도 연결이 되어 실질적으로 철도로 왕래가 본격화되려면 어떤 선결조건들이 있고 총비용은 얼마가 드는지 언제쯤 그게 실현 가능한지 등이 정확히 보고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예를 들어 현재 북한 철도의 수준으로 보아 복선을 단선으로 연결해서 달릴 수 있는 건지, 시속 30km 남짓으로 달린다는데 그렇게 가면 휴전선에서 북한 끝까지 가는데만 하루종일 걸릴 텐데 유럽까지 언제 갑니까? 일제시대에 건설한 철로를 그대로 쓴다는데 거기에 KTX 같은 기차가 달릴 수 있다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 안전과 속도, 기술수준 등을 고려하면 철로를 사실상 새로 다 깔아야 할 텐데 그럼 차량까지 수십 조가 들어야 할 텐데 그럼 누가 그 돈을 부담하는 겁니까? 우리나라 내륙에도 교통이 불편한 곳이 많아도 예산 때문에 못하는데 설마 그 돈을 우리가 부담한다는 건지, 그럼 국민들 동의받기 어려울 텐데 얼렁뚱땅 발표하고 착공식하고 그냥 기정사실화시키면 국회의원들은 거기 가서 박수치고 그럽니까? 그래서야 나라 곳간 열쇠를 맡을 자격이 있습니까?

그리고 가장 본질적 문제는 현재 북한 체제에서 이 구상의 실현 가능 여부입니다. 우선 북한에 사적 거래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요금을 받을 수도 없고 철도의 운영이나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북한이 정보시스템의 구축도 안되어 있고 공유도 전혀 안되는데 화물을 운송한다 해도 화물관리가 안됩니다. 거주이동의 자유도 없고 사유재산권도 인정되지 않는 체제에서는 교통 인프라도 전망이 어두운 법입니다. 더구나 북한 같은 불량국가에서 유사시 언제든지 도중에 철도 막아버릴 수 있고 여객이든 화물이든 억류해 버릴 위험이 있는 한 철도고 뭐고 어떤 투자도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뭘 어떻게 할 건가 이전에 북한의 체제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본질적 문제를 놔두고 무슨 허황된 얘기입니까? 괜히 비핵화 협상 국면에 어설프게 실효성도 없이 북한 비위나 맞추는 허황된 얘기보다 좀더 근본적 문제를 고민하고 진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북한에 적대정책을 취하든 유화정책을 취하든…북한과의 안보불균형 즉 북핵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그리고 북한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는 계속하되, 어떻게 본질적 문제 해결에 접근해 갈 것인지를 동맹과의 철저한 전략적 공조하에 고민하고, 국민들과도 냉엄한 현실을 공유하며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제발 운동권 시절의 비경제적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책임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