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작은 덩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싸우기 위해 더 뭉치자 한다. 대체로 체구가 작은 아이는 볼강스럽고 키 큰 아이는 어리숙하다. 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덩치가 작다보니 많은 괴롭힘과 시비에 부딪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호전적 성격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반면에 덩치가 큰 아이는 남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으니 싸울 일이 드물다. 그래서 무던한 성격으로 성장했다고 불 수 있다. 이 예를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다. 소수 집단은 강경하고 다수 집단은 온건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못 사는 북한은 거칠고 도전적이며, 잘 사는 한국은 싸움을 요리조리 피하는 현상도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한국당만은 예외이다.

한국당은 다수당답게 싸우지 않았고 민주당은 소수당답게 싸웠고 거칠었다. 이제 처지가 바뀌어 한국당은 야당이고 민주당은 집권당이 되었으나, 그래도 싸우는 건 한국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한국당은 정권을 뺏기고서도 싸우지 않는다. 어쩌다가 반대 목소리 한 번 내는 것도 점잖게 페이스북으로나 하고 만다. 자기들 딴에도 싸우지 않는 것이 민망했든지 이런 주장을 한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 반문연대를 하자" "빅텐트를 치자" "대여 투쟁을 위해 탄핵파 불문 뭉치고 보자." 사람을 속여도 이렇게 허투루 속이면 속는 사람도 기분 나쁠 것이다.

현재도 한국당은 작은 덩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싸우기 위해 더 뭉치자 한다. 지금도 싸우지 않는데 뭉치면 싸우겠는가? 소수이면서 싸우지 않으면 다수가 되어도 싸우지 않는다. 싸우기 위해 뭉치자는 말은 학생이 내일부터는 공부하겠다는 말과 같다. 지금 공부 안 하는 학생은 내일이 되어도 안 한다. 저들의 뭉치자는 주장은 싸우지 않는 비겁을 흐리자는 협잡이요 농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당장 피터지게 싸우면서 탄핵파를 용서하고 뭉치자 하면 말이나마 되겠지만, 지금도 싸우지 않으면서 싸우기 위해 용서하자는 것은 둘도 없는 속임수이다. 저런 말은 탄핵파가 먼저 일선에 서서 싸울 때에나 설득력이 생긴다. 뭉치자는 주장은 싸우고 있는 사람만의 언어이다. 싸우지도 않는 자가 뭉치자는 건 남이 할 말을 제가 한 것이요, 더러운 생존전략일 뿐이다. 배신자답게 제 살 궁리 내는 데는 쥐새끼보다 빨랐다.

한국당의 속성상 뭉쳐봐야 싸우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 속성에 배신 논리까지 보탰으니 더 이를 말도 아니다. 탄핵부역에 대한 기억은 저주로 남았고 그 치욕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커늘 빌어야 할 자들이 도리어 속여먹으려 '뭉치자' 한다. 저들 스스로, 임진년 원수 같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물건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