混亂을 秩序로 바꾸어놓은 키 작은 남자, '시바 고로'(柴五郞). <이 '작은 남자(小男)'는, 混亂을 秩序로 바꾸어놓았다. 나 자신은 어느덧, 이 '작은 남자'에게 압도되고 있음을 느꼈다.>

1900년 중국 대륙에서는 義和團이라는 반란군이, '扶淸滅洋'(淸을 도와, 外勢를 무찌른다)의 기치 아래, 중국내 세계 각국 외교관들을 내몰았다. 각국 公使 및 관계자들은 義和團에 쫓겨 급히 北京城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北京城 앞에는 20만 대군(義和團 및 淸軍)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고, 北京城에는 4000여 명이 갇히게 되었다. 4000명 대부분은 민간인이었고 軍人은 500명도 안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수 籠城軍은 2개월 가량 北京城을 사수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이 '작은 남자'가 존재했다. 冒頭의 記述은, 당시 北京城에서 이 '작은 남자'와 함께 싸우며 그를 지켜본 영국인 '제임스 심슨'(James Simpson)씨의 日記 중 일부다. 이 '작은 남자'는, '시바 고로'(柴五郞)라는 일본군 중좌(중령)다.

北京籠城은, 勢를 더해가는 義和團이 북경지역 통신시설 등을 파괴하며 점차 외국 공관까지 압박해오면서 시작되었다. 城에 갇힌 각국 공사는 급히 天津 외항에 정박 중이던 각국 해군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당시 북경에 주재하던 공사관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 총 11개국이었다. 그리고 이들 11개국의 병력 417명(일본군 25명)이 北京城에 도착하게 되었다. 당시 北京城은 세계 각국의 공사 등 외교관들과 그 관계자 및 가족들이 전부 모여들었고, 北京城 앞에는 대군(義和團 및 淸軍)이 포진한 상황으로, 北京城은 불안과 두려움에 따른 혼란과 무질서가 극에 달했다. 11개국 주요 인사들은 연합하여 北京城의 혼란과 무질서 분위기를 다스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초기 대책회의 당시, '시바 고로'(柴五郞) 중좌는, 말없이 주로 남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입장이었다. 가끔 '세시봉!'('좋습니다!)이라고 호응할 뿐이었다. 불안감이 지배하던 당시 분위기에 안어울리게 '시바 고로'(柴五郞)는, 침착하고 차분했으며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시바 고로'(柴五郞)의 모습에 타인들 또한 점차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영국인 '심슨'(Simpson)씨가 日記에 쓴 대로, 이 작은 남자(小男)는 어느 틈엔가, 混亂을 秩序로 바꾸어놓았다.

이러한 가운데, 드디어 淸軍과 義和團으로 이루어진 대군이 일제히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와중에, 당시 공사관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영국 공사관 건물의 일부가 파괴되었다. 영국 공사관 안에는 부녀자들과 부상당한 군인들이 기거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시바 고로'(柴五郞) 중좌는 급히 휘하의 '안도'(安藤) 대위 등 일본군 병력 8명에게 영국 공사관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병력을 급파한다. '시바'(柴) 중좌는 당시, 핵심 거점(肅親王府)을 맡게 되어, 이를 경비하는 데에도 자국 병력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병력의 일부를 빼내어 영국 공사관을 지원토록 조치했다. 급파된 '안도'(安藤) 대위 등 일본군 병력 8명은, 마침 영국 공사관으로 들이닥친 淸軍 20여 명을 상대로 전혀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워 신속하게 이들을 해치웠다.

후발대로 들이닥친 淸軍들은 일본군의 이런 모습에 놀라서, 전원 오던 길로 도망쳤다. 이러한 일본군의 모습은 당시 공사관 내의 부녀자들과 여타 영국군들이 목격했다. 공사관에서 일본군의 전투 모습을 목격한 '피터 플레밍'씨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시바'(柴) 중좌는, 籠城 중인 어느 나라의 지휘관보다 용감하며 경험도 풍부하여, 모두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일본인과 가까이 지내려는 서양인은 아직 별로 없지만, 이번 籠城을 계기로 日本人의 모습은 모범사례로 존경받고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北京籠城 상황을 기록한 수많은 기록들을 봐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은 日本人이 유일하다. 아울러, 당시 피난한 각국의 부녀자들은 각종 어려움에 직면해 낙심하고 있었는데, 이들 부녀자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적극 해준 것이 일본군 병사들이었다. 淸軍과 義和團이 무자비한 살륙을 자행하며, 점차 북경성으로 압박해 오는 가운데, 이에 따른 공포와 불안을 느끼던 부녀자들로 하여금, 일본군 병사들은 항상 웃는 얼굴을 보이며 안심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유머를 통해 부녀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찾게 만들어주었다.

어느 덧 대규모 지원군이 북경에 도착하게 되었고 義和團의 반란은 평정되었다. 지원군의 규모는 약 1만6000명이었는데, 이 중 절반이 일본군이었다. 北京籠城을 종료하는 마지막 각국 회의 석상에서, 영국 公使 '맥도널드'는 籠城을 최종 결론 지은 후, 이렇게 덧붙였다.

<北京籠城에 성공하게 된 공적의 대부분은 용감한 일본군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삼국간섭' 이후, 일본을 한 수 아래로 얕보던 서구열강이 일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 중 하나는 北京籠城 때 보여준 일본인의 모습이다. 그때 일본이 보여준 '용맹함'과 '신뢰감'은, 당시에 세계 최강의 동맹을 탄생하게 만드는 결정적 견인차가 되었다. 열등한 유색인종이자 빈국으로 분류되던 당시의 日本이, 당시 세계 최강인 英國과 동맹을 맺게 된 것이다. 영국은 당시 자부심이 넘쳐, '영광스러운 고독'을 표방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타국과는 동맹 맺는 일을 거부해왔다. 러시아의 세력확장을 우려하던 당시 영국
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 신뢰할 수도 없는 아무 나라와 동맹을 체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색인종이면서 빈국'으로 분류되던 나라(일본)라면, 이 점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北京籠城 때 보여준, 신뢰 가능한 일본의 모습에 대해, 영국의 公使(맥도널드)가, 본국에 상세한 보고를 올렸고, 이것이 당시 일본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바 고로'(柴五郞) 중좌는 이후, 北京籠城 공적으로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로부터 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임마누엘 皇帝로부터 '상라자르 3등 훈장',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金봉인 金시계', 스페인 皇帝로부터 '武功 적십자 2등 훈장', 벨기에 皇帝로부터 '賞詞와 무공훈장', 러시아 니콜라이 2세로부터 '안나 2등 훈장' 등을 受章했다. '시바 고로'(柴五郞) 중좌는 北京籠城 활약상으로 당시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특히 유럽에서는 '코로넬(대령) 시바'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가장 유명한 日本人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