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유행병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빨갱이 아니면 '위장 보수'라고 낙인을 찍는 일이다. 이런 고질적 습관을 보고 즐거워하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간파해야 한다.
누군가의 귀띔으로 지만원씨가 쓴 글을 읽어 보았다. 그 내용은 전반적으로 김성태 의원과 나경원 의원 그리고 조갑제닷컴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입에 담기가 민망할 정도다. 특히 조갑제 대표를 표적으로 인신 공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공격 대상에는 탈북 시인 장진성씨도 들어 있고 이번에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진상조사 위원회에 들어간 3인도 포함되어 있다.

글 내용중에는 고 황장엽 선생이 위장 간첩이라는 내용과 조갑제 대표가 황장엽 선생의 호위무사 노릇을 했으며 이번에 선정된 위원들이 모두 조갑제씨와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지만원씨는 평소 황장엽 선생의 사진을 게시하고 황 선생이 광주에 왔었다는 주장을 하는데 황장엽 선생의 망명 당시 또는 그후의 여러 가지 전개된 상황으로 볼 때 너무도 황당한 주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지씨가 왜 그렇게 황장엽 선생을 그처럼 증오하는지 그 이유를 지금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조갑제류의 붉은 인간들을 도태시키자는 선동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강력히 밀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더구나 조갑제씨의 집이 궁전이라는 말과 어느 회의가 끝난 후 조갑제씨는 모범 택시를 타고 가는데 자신은 전철역으로 걸어가야 하는 초라한 신세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조갑제씨는 공산 시류에 영합하는 부자되었고 자신은 초라한 서민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두 조갑제씨에 대해 증오를 유발시키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이런 글을 쓴 것 같다.

전철이나 택시나 한국 사회에서 빈부(貧富)를 가르는 기준일 수는 없다. 자신의 편의에 따라 택시를 탈 수도 있고 전철을 탈 수도 있다. 자신은 전철을 타는데 조갑제씨는 운전 기사가 딸린 벤즈 S클래스를 타고 갔다면 한번쯤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집이 전철역에서 멀고 또 일반 택시를 잡기가 수월하지 않을 경우 모범 택시를 탈 수도 있다. 한국에서 택시라고 해봐야 사실상 모두 대중교통 수단일 뿐이다. 조갑제 기자가 공산 시류에 영합하여 부자가 되었다는 주장에는 아연할 수밖에 없다. 설령 글을 써서 상대적으로 지만원씨에 비해 조금 부유하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그의 능력이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의도적인 인신 공격이다.

그는 임동원을 비판하면서 박지원을 칭찬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나경원은 김대중의 손녀요 졸개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이 분의 글을 읽다 보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세뇌되기 십상이다. 상당히 그럴듯한 정황을 청산유수로 설명한 후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 놓고 자신의 결론에 동조하지 않으면 인격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비난을 한다. 그가 북한 정규군이 내려와 5·18을 일으켰다는 객관적 증거는 안면 인식 전문가라는 사람이 내놓은 사진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일 뿐 결정적 증거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자신이 내린 결론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그는 끊임없이 자신은 게릴라전의 전문가요, 미국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이며,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수학 공식 두개를 만들었다는 것과 자신이 MBA를 하고 수학 박사를 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조차 자신을 천재라고 칭했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문과에서 이과로 전향하여 박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천재가 18년 동안 연구를 했으니 자신이 내린 결론은 진실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참고로 문과에서 이과로 가서 박사를 하는 경우가 전례가 없는 것처럼 글을 썼는데 미국에서는 문과 이과라는 구분도 모호하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음악 학위를 받은 후 화학박사를 한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은 천천재인가.

개인적인 입장에서 광주 5·18 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이 세상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다가 희생된 사람들처럼 행세하며 신성불가침의 성역을 만들어 놓고 터무니 없는 사회적 존경을 받고 혜택을 받으려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처럼 자랑스러운 일로 국가의 예우를 받으면서도 그 명단조차 비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온갖 국가적 혜택을 누리며 안하무인 집단이 되어 가고 있다. 정치인들 가운데는 망월동에 절을 하며 상석을 밟을까봐 떠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으면 신문에 대문짝처럼 비난 기사가 도배질 된다. 그들의 자녀들은 공무원 시험을 봐도 덤으로 추가 점수를 받게 된다고 한다. 몇 점을 추가로 더 주는 것은 한국의 실정에서 무시험 합격이나 마찬가지다. 엊그제는 광주 시민이 그들이 정부 차원의 각종 이권을 챙긴다는 증언도 했다.

5·18의 진상에 대해 그 실체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만원씨처럼 정황과 사진만을 가지고 그것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천재니 박사니 수학 공식이니 하는 것이 증거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지만원씨가 운영하는 시스템 클럽을 방문하여 간혹 그의 글을 보면 그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5·18 유족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의 주장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결론을 성역화하여 이론(異論)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지지자들을 규합하여 온갖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

5·18에 대한 진상은 제대로 밝히려면 조갑제 대표가 주장하는 결론적 내용도 참고해야 하며 지만원씨가 정황을 중심으로 5·18 사태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참고 해야 한다. 문제는 지만원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진실을 밝히는 것이 꼭 무슨 위원회에 들어가야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처럼 통신 수단이 발달된 상황에서 자신의 연구 내용을 발표하면 되는 것이다. 그 내용이 진실성을 담고 있다면 삽시간에 사람들에게 확산된다. 그 내용을 믿고 안 믿고는 그 내용을 접한 사람들이 판단할 것이다. 안면 인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의견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빨갱이라는 식의 흑백 논리는 '빨갱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결과가 된다. 요즘 한국의 유행병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빨갱이 아니면 '위장 보수'라고 낙인을 찍는 일이다. 이런 고질적 습관을 보고 즐거워하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간파해야 한다.

요즘 심심찮게 조갑제 대표를 두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상당히 피상적인 전언(傳言)들을 가지고 위장 보수니 좌파니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마디로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에게 그런 낙인을 찍으려면 나름대로 구체적인 근거를 대야 하는 것 아닌가. 5·18의 실체에 대해 지만원씨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그런 낙인을 해서는 안된다. 지만원씨가 자칭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지지자들의 압력으로 진실을 가공할 수는 없다.

조갑제 대표를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글을 통해서 알고 있는 조갑제 대표는 우파 진영의 최고 이론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글은 허황된 추측이나 가설이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는 그가 의도하는 목적을 읽어내야 한다. 증오심과, 질투심 강박적 초조함 그리고 바로 당신의 어리석음을 이용하여 선동하려는 의도는 없는지 그런 것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개운치 않은 인신 공격성 글을 읽고 우파 진영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난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알게 된다.

필자는 비록 조갑제닷컴 토론방에 글을 쓰고 있지만 조갑제 대표를 일방적으로 편을 들 마음은 없다. 다만 객관적인 독자의 시선으로 지만원씨의 인신 공격성 글이 도(度)를 넘고 있다는 생각과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라 오는 지지자들의 광기(狂氣)를 접하고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어 이 글을 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