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가 요원해진다면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준비태세 정도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닐까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1차 미북 정상회담의 실수를 반복할 것 같아 우려가 큽니다. 순서가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정상회담일수록 치열한 실무협상을 통해 현안에 대한 합의를 본 후 일정을 잡습니다. 하지만 1차 미북 정상회담의 경우 일정을 먼저 잡고 비핵화 실무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실무협상이 실패했지만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렸습니다. 그 결과 통 큰 담판은 없었고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라는 통 큰 양보만 있었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도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의 든든한 뒷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오히려 국내 정치적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쫓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CVID와 FFVD가 공식적인 목표라고 하지만, ICBM 프로그램 중단과 핵동결로 방향을 트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대한민국에 직접 위협이 되고 있는 과거 핵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주한미군 감축이나 제재완화와 같은 통 큰 양보만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트럼프는 철저히 어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 원칙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북핵제거'가 아닌 미국에 대한 '북핵위협 제거'가 목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안보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트럼프와 김정은을 어떻게라도 맺어주는 중매쟁이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시어머니 역할을 해도 어려운 상황인데도 말이죠. 문 대통령의 북한 우선주의는 우리의 안보를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2차 미북정상회담이 과거 핵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어설픈 동결에 대한 합의 수준에 머물 경우 우리의 정책옵션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절대 핵무장론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가 요원해진다면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준비태세 정도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고정책결정자는 다양한 정책옵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평화주의만 외칠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결기를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1979년 협상과 핵무장이라는 '이중결정(二重決定: Double-Track Decision)' 전략으로 소련의 핵위협을 극복한 서독의 슈미트 총리의 결단력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