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특수부대는 뭣하러 광주에 침투했는가. 장갑차 탈취하여 도청 앞에 세워 놓는 것이 목적이었나? 군인을 한 명도 사살하지 못하는 정예 특수군이 어디에 있나. 5·18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이미 40년이 다 되어 가는 광주 문제의 성격과 발발 원인 그리고 전개 과정을 두고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의 쟁점이 자리잡고 있다. 발발 원인에 대해서는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사건이라는 주장도 있고, 공수부대의 초기 과잉 진압으로 일어난 시민들의 항거의 성격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발발 원인에 대해서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규명해야 할 과제이지만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세 가지 쟁점에 대해서 필자의 생각을 적어 보겠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중의 하나는 5·18 관련자들이 민주화 유공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폭도로 인식되던 사람들이 어느날부터 국가 유공자급을 넘어서는 국가적 차원의 대우를 받고 있는 점이다. 더구나 그 유공자의 선정 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국가유공자급 이상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그 공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참전 군인에 대한 국가 유공자 선정 과정은 간단하다. 국가가 관리하는 병적 기록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형평성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항이며 국민들은 참전유공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특정인에 대해 궁금할 경우 보훈처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궁금한 사람에 대해 명단을 입력하면 그 사람에 대해 검색이 가능하다.

그러나 5·18 유공자의 선정은 보훈처가 아니라 광주라는 특수 지역에서 심사한다고 한다고 하며 그 대상자에 대해서도 검색이 불가능하다. 보훈처 통계를 보면 5·18인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민주유공자 숫자가 매년 불어나고 있다. 참전유공자들의 숫자는 매년 줄고 있는데 민주화 유공자의 숫자는 매년 불어나, 결국 보훈처의 혜택을 받고 있는 전체 숫자는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은 당연히 5·18 유공자에 대한 선정 과정과 공적 사항을 조회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끼리끼리 만들어낸 유공자에게 묻지마 식으로 세금을 퍼붓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는 광주 사태 당시 헬기의 기총 사격이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런 내용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헬기의 기총 사격이 인적이 없는 들판에서 일어났다면 모르지만 데모 군중을 대상으로 기총 사격을 했다면 그 목격자가 한두 사람이 아닐 것이다. 사망자는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런 터무니 없는 소설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유포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세 번째는 지만원씨가 주장하는 600명 북한 특수군 개입설이다. 이것이야말로 헬기 기총사격 못지 않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그는 자신의 논리 전개에 필요한 정황들만 나열해 놓고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증거라고 우기고 있지만 그는 반대 정황 증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의 핵심 내용은 어떻게 민간인이 무기고를 삽시간에 습격하고 군의 이동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여 매복했다가 기습을 할 수 있으며 아시아 자동차에 가서 장갑차를 몰고 나올 수가 있는냐 하는 것이다. 그 사실만 딱 떼어 놓고 보면 마치 잘 훈련된 특수 부대의 작전처럼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황당한 주장중에는 황장엽 선생이 광주에 왔었고 그 당시 아홉 살에 불과한 장진성 시인도 왔었다는 주장이며 최근에는 청주 흥덕구에서 발견된 430명의 유골이 당시 광주에 남파되었던 특수군의 유골이며 그 유골은 지난번 북한에 보내졌다는 것이다. 대강 그가 주장하는 스토리들이다.

광주 사태는 1980년 5월 18일에 발발하여 5월 26일에 막을 내렸다. 약 9일간의 무정부 상태가 자속되었던 것이다. 광주에서 이른바 시민군이라는 사람들이 무장을 하고 있던 기간은 약 4일간 (정확하지는 않다)이다. 23일부터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무기 회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광주 사태의 문제를 바라보는 실마리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바로 광주 사태 당시의 직접 사망자의 숫자다. 이제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총 사망자 숫자는 서로 견원지간처럼 이념을 달리하는 정권들이 번갈아 가며 진상 조사를 거쳐 밝혀낸 193명이 전부다. 군인 22명과 경찰 4명이 포함된 숫자다. 순수 민간인의 사망자는 167명이다. 사망자 숫자의 객관적 검증은 많은 의문점을 해결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광주 사태 직후에 광주 시민과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부불려진 사망자 숫자는 몇천 명이었다. 공식 통계에 의하지 않는 소문과 유언비어 성격의 숫자다. 반정부적 정서를 가지고 있던 광주 시민들과 당시 야당은 어떻게 해서든지 사망자 숫자를 부불리는 것에 주력하였다. 반면 정부에서는 사망자 숫자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일곱 번의 정권중에서 광주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것을 민주화 운동으로 국가적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노력했던 정권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이다. 이들도 193명 이상의 또다른 사망자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군인 사망자 22명중에는 전교사(전투교육사령부, 31사단, 포병학교, 기갑학교 등)와 진압군과의 오인 사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다. 생각해 보자. 북한군 특수부대는 뭣하러 광주에 침투했는가. 장갑차 탈취하여 도청 앞에 세워 놓는 것이 목적이었나? 군인을 한 명도 사살하지 못하는 정예 특수군이 어디에 있나. 북한의 특수 부대는 살인기계로 훈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이 600명이나 내려와서 국군들과 제대로 전투를 하지 못하고 총기를 반납하고 26일 진압군이 광주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왜 청주로 이동하여 죽었단 말인가. 가장 전투력이 떨어지는 황장엽 김일성대학 총장이나 박상학 장진성 같은 어린이는 살아서 북한으로 탈출했다는 얘기 자체가 개연성 제로의 허구라고 생각된다.

광주 전교사 기간병들의 대다수는 광주 지역 사람들이었다. 백을 써서 자기 고향 근처에 근무하려고 노력했던 탓인지 기갑학교 포병학교의 조교들이나 기간병들은 광주 전남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장갑차를 다루고 군용 트럭을 다루는 훈련을 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예비군 중에는 직전까지 군에 있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치안이 마비 상태에 있던 광주 지역에서는 북한 특수군이 아니더라도 장갑차를 빼앗고 무기고를 습격하는 것은 별반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예비군은 광주 지역에 널려 있었다. 이런 내용은 순전히 필자가 생각하는 개연성이다.

간첩이 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래 간첩은 반정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결정적 시기에 봉기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폭동을 일으킨 시민들과 합세를 했을 수도 있고 정보 활동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만원씨가 주장하는 북한 특수군 600명이 들어와 지휘하고 작전을 전개했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북한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느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광주 사태가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데모가 일어나면 그들은 실시간으로 생중계 하듯 알고 있는데 그때마다 북한군이 개입을 했다는 증거가 되는가.

430명의 청주 유골은 또 무엇인가. 교도소를 습격하다가 국군에 의하여 사살된 북한 특수군? 그런 허약하고 나약한 엉터리 특수군이 어디 있나. 아니면 그들이 집단 이동을 하다가 사살되었나? 이들이 국군에 의하여 사살 되었다면 그렇지 않아도 호재를 기다리던 정부가 광주 사태의 과격 진압에 대한 불가피성을 홍보할 명분이 될 수 있는 이런 중요한 사건을 어떤 이유로 숨긴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자살을 했다는 것인가. 도무지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오래 전에 내린 결론이기는 하지만 지만원씨가 주장하는 5.18 관련 이야기들은 모두가 허구라고 생각한다. 가방끈이 길다고 주장하는 지만원씨가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가 증거라고 발표한 내용들과 논리들을 중심으로 보면 소설거리도 안되는 너무도 빈틈이 많은 서사에 불과하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이런 이야기를 진리처럼 믿고 따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주장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서 1%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필자 같은 사람이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할 수도 있지만 머리를 크게 쓸 필요도 없이 상식과 눈썰미만 가지고 앞뒤를 맞추어 보면 대강의 전후 사정이 그려진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지씨가 자신의 주장에 동조를 하지 않으면 성역을 두지 않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