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에게서 한 자루의 권총을 빼앗은들 아무 의미가 없다. 모든 총기를 빼앗지 않는다면 그 악당은 언제라도 나머지 총을 들고 위협할 것이다.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는 주요 이슈가 제 3자들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기막힌 운명 앞에서 트럼프가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을 오랫 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온 대부분의 국민들은 김정은의 순수성을 1%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한반도 적화 야욕은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들은 전략과 전술만 바꾸었을 뿐이다. 미국을 중립지대에 묶어 놓고 남한을 적화하려는 것은 그들의 오래되고 일관된 전략이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을 통하여 트럼프만 잘 요리하면 북한이 원하는 통일은 거의 달성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특히 북한 대변인 노릇 하는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가 아직도 5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한반도의 통일 환경이 자신들이 윈했던 모습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며, 몇년 사이에 꿈에도 그리던 한반도 적화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고무되었을 것이다.

그 절호의 기회가 조금 늦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도 이번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의견을 경청한 것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인 것이다. 북한은 자국 내의 핵 시설 일부를 불능화하는 것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려고 했지만 볼턴을 비롯한 일부 참모들의 현명한 판단이 이번 회담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들은 일부 핵을 폐기하고 일부는 끝까지 숨기면서 장기적으로는 해보유국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권총을 몇자루 가지고 있는 악당에게서 한 자루의 권총을 빼앗은들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악당이 가지고 있는 모든 총기를 빼앗지 않는다면 그 악당은 언제라도 나머지 총을 들고 위협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트럼프가 이번 회당 결과에 대해 김정은의 숨은 의도를 파악했는지 아니면 아쉬움을 가지고 떠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의 참모들 중에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인사들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트럼프가 이번 회단 과정에서 김정의의 간교한 전략을 알아차렸다면 그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한반도의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야 하는 것이다. 일부 미국 언론인들은 이번 회담을 통하여 미북 사이에 신뢰가 파괴된 것인지 아니면 서로 미련을 가지고 또다시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면서 적대적인 행동을 시작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미북 관계는 예전의 상태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북한이 협상의 문을 완전 차단하기에는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를 개혁을 하려는 입장에서 너무도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문재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믿음직스럽고 냉정하고 현명한 지도자로서 국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북한을 양쪽을 왔다갔다 하며 애걸하는 거간꾼 노릇을 계속할 것 같다. 봉급은 대한민국에서 받고 적(敵)을 위해서 이처럼 열심히 뛰어다니는 대통령을 좋다고 지지하는 이 대한민국 국민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