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한답시고 권력이, 공무원이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두 괴롭히는 이런 행정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학부모로서 유치원이 아무리 억울해도 개학 연기는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말 안듣는다고 국민 상대로 검찰경찰 앞세워 협박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유치원 사유재산과 지원금 회계가 구분되어야 한다고 유치원들이 계속 제안했지만 그걸 방치한 교육부의 책임도 큽니다. 그런데 국감에서 여론이 안 좋아지니 교육부가 마치 그 문제를 몰랐다는 듯이 나오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게다가 국공립과 사립간 지원금 규모가 달라 결국 불공정 경쟁을 국가가 개입해서 하는 건데 계속할 겁니까? 사립교사들은 임용고시 출신이 아니니 국공립이 시장 잠식하면 사립 교사는 임용고시 출신이 아니라 실직하게 되는데 이건 어쩔건지…정부가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차라리 차제에 유치원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직접 주는 걸로 바꿉시다. 그래서 유치원들 지원금 어디다 쓰는지 신경쓸 필요도 없고 치열하게 경쟁하게 하면 유아교육에 돈을 덜 쓰는 유치원은 경쟁에서 낙오될 것 아닙니까? 괜히 그 지원금 갖고 감사하랴 뭐하랴 규제공무원 인력관리에 혈세 낭비할 일도 없게 됩니다. 정부가 유아교육이 제대로 되는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허구헌날 지원금 감사하느라, 유치원도 감사받느라 서로가 비생산적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그 에너지와 시간을 아이들 교육의 질 높이는데 써야죠. 지원금이 안오르니 어쩌니, 국공립하고 지원액이 불공정하니 등등 실랑이할 필요도 없고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가 받은 지원금으로 내가 유치원 선택하는 거니 유치원은 선택받기 위해 경쟁할 거고, 학부모 즉 소비자가 돈을 내는 거니까 유치원은 권력과 공무원이 아니라 소비자인 학부모한테 더 잘 보이려고 하겠지요. 그리고 지원받은 학부모가 다른 데 쓰면 안되니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로 해서 유아교육 용도로만 쓰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바우처로 국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 어린이집을 보내든, 음악미술 과학 외국어, 체육 등 특화된 (전문)유치원을 보내든, 돈을 보태서 더 좋은 유치원을 보내든, 좀 일찍 끝나지만 질이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든, 집에서 부모가 몬테소리든 뭐든 좋은 교구를 사서 직접 가르치든…다양한 시간, 수준, 분야의 교육을 부모가, 아이가 자기 취향과 여건, 개성에 맞게 받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습니까? 국공립화 밀어붙여 유아교육 시장 파괴하고 전부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유아교육을 하다니 이제 초중고 공교육 망가진 걸로도 모자라 유아교육도 망가뜨리려 합니까?

그뿐입니까? 우리나라는 과거 주력 제조업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워 이젠 고부가가치 제조와 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하는데 그중 중요한 게 교육서비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입으로는 서비스산업 발전시킨다더니 교육서비스를 빼고 뭘 말하는 거였습니까? 앞으로 교육서비스 산업 발전시켜 해외로도 진출하고 그래야 하지 않습니까? 치열하게 경쟁하게 해서 몬테소리나 프뢰벨, 짐보리 같은 세계적인 유아교육 브랜드도 우리나라에서 나와야죠. 그래서 그 프로그램 연구하는 한국인들이 전세계로 진출하고 로열티 받고요, 유치원하다가도 세계적인 교육기업도 되고…그것이 코리안드림이고 그래야 우리 청년들한테 미래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이들 유아교육도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4차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죠. 어릴 때부터 획일화된 프로그램에 찍어내듯 평준화된 교육을 계속 하면 우리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유아교육도 자율화되어야 마땅합니다. 유치원이 알아서 경쟁해서 살아남게 합시다.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줘서 학부모들이 선택하고 공무원이 아니라 학부모가 큰소리치게 합시다. 지원한답시고 권력이, 공무원이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두 괴롭히는 이런 행정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