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업무에 대한 소통은 대부분 정리된 보고서로 하는 것이 투명하고 정밀하며 안전하다. <한국 언론인과 일본 언론인의 차이>

한국과 일본에는 수많은 언론인이 있다. 당연히 양국에는 훌륭한 언론인도 있고 게으른 이, 무능한 이, 양심 불량한 이도 있을 것이다. 사실 양국의 언론인이 이렇다고 규정할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주관적인 느낌을 말해 본다.

한국 언론인들은 회사 및 상급자에게 하는 정보 보고에 소홀한 편이다. 마치 밀린 숙제를 대충 하듯이 정보 보고를 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차장 이상이면 간부들과 말로서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간부급들의 정보 보고란 것이 무슨 친목회에서 누굴 안주거리 삼는 것 같은 수준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본 언론인의 경우는 정보 보고가 매우 건실한 편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자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정보 보고가 사적인 편지 같기도 하고 서로를 경계하거나 계도하는 논설 같기도 하다. 상급자가 참고하든지 하지 않든지 간에 다양한 부분에 걸쳐 촘촘하게 보고하는 것이 체질화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일종의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기사화 여부와는 별개로 그런 정보 보고들만 살펴보아도 사회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언론이 해야 할 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일본의 경우 언론뿐 아니라 경찰도 정보 보고가 정밀하다. 과거에 우연히 한국 경찰의 따끈한 정보 보고를 여러 번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보의 양은 물론이고 질적인 면에서 수준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보고를 위한 보고가 아닌가 싶은 것도 있었다. 쥐어짠 소설 같아 보인 것도 있었다. 그래도 한국 경찰의 정보 보고는 언론사 내부의 정보 보고보다는 규칙적인 면에서는 조금 낫지 싶다.

일본이 기록의 나라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어느 정도인가 하면 내밀함에 매우 신경을 쓰는 폭력단조차 정보 보고를 중시한다. 큰 조직의 산하 단체 및 그 산하 단체에 속한 하부 단체들은 각기 매일 상부에 동향 보고 및 정보 보고를 한다. 무슨 일기를 쓰듯이 친구끼리 일상 안부 문자를 주고받듯이 관습적으로, 수월하게 보고하면서도 체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큰 조직 간부쯤 되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 보수우익 단체 내지 그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장에게 아예 정보 보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보수우파 성향의 작은 언론사에 속한 기자들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매일 출근하여 대표와 대화하고 또 자신의 생각을 기사화 하더라도 이와는 별도로 대표에게 서면으로 정보 보고를 해야 할 텐데 현실을 보면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오히려 작은 언론사일수록(특히 작은 보우우파 언론매체일수록) 정보 보고는 중요하다. 매일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여러 현안과 자신의 생각 등을 모아 정보 보고를 해야 할 텐데 이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모 자식이나 부부 간에도 때로는 말보다 글이 생각을 전하기 용이할 때가 있다. 하물며 언론인 간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글로서 보고를 하는 것은 올바른 정세 판단에 보다 도움이 될 뿐더러 보다 효율적이며 정확하다. 오해의 여지를 줄여 준다. 때문에 보안상 글로 남겨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도 정보 보고 후 곧바로 폐기하기로 하고 서면 보고를 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솔직히 글 쓰는 것 자체를 상당히 귀찮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경우는 글로서 의견을 주고받을 필요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함이 필요한 일을 할 때엔 그와 관계된 이들에게 글로서 의사를 전달한다. 엊그제도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거래의 조건과 방식 등에 대해 동업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끊고 글로서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높은 직책일수록 상호 말보다는 글로서 소통하는 것이 간결, 명확하고 오해의 여지가 적으며 수월한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가까운 사이거나 높은 직책 간일수록 대면 보고가 일반화 되어 있다. 글쓰기를 주업으로 하는 언론인조차 되도록 말로 소통하려 한다.

긴 보고서보다 짧은 대화가 더 효율적이고 상호 친밀감을 높일 때도 있겠지만 공적 업무에 대한 소통은 대부분 정리된 보고서로 하는 것이 투명하고 정밀하며 안전하다는 게 내 경험이다. 공무원. 기업인, 언론인이 보고서 작성을 생활화하지 않고 대면 소통을 생활화하면 사실 확인과 현실 파악에 게을러지며 감정적이 되고 이윽고 공사구분도 흐려져 결국 부정부패에 가까워지거나 이에 둔감해진다.

파벌 짓기 문화, 청탁 문화는 대면 보고의 일상화에서 발생한 바 크다. 파벌 만들기, 청탁 등이 능력과 유연함으로 평가되는 사회는 자연히 음해와 모략이 난무하고 정의가 실종되어 버린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요즘 언론인들은 선배 세대의 문화에 대해 곧잘 비판하지만 자신들도 닮아 있다는 것을 모른다. 한국 젊은 언론인들이 일본 언론 풍토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