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출신 피의자, 피고인에게는 가택연금하는 제도를 만들어 사전구속제도를 대체케 하였으면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적적으로 보석 허가를 받아 석방되었다. 그런데 그 보석 조건이 근래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혹독하다. 자택 밖 외출은 불가하며, 직계가족과 변호인 외에는 일체 접견 불가. 전화통화 불가에다 정기적으로 법원에 집에서 뭐하고 지냈는지 보고서까지 써서 내야 한다고 한다. 보석 보증금은 10억 원에 이른다. 위반하면 가차없이 재구속이고, 무죄석방이 아니므로 항소심 선고결과나 확정판결에 따라서는 재구속이 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어쨌든 이런 조건이라도 구치소보다는 집에 있는 게 천만 배 나은 일이다. 이렇게 엄격하게 조건을 달아 사실상 '자택구금'을 시키는 게 가능하다면, 전직 대통령을 구치소에 수감시키는 사전구속영장은 애초 불필요했던게 아닌가. 고위공직자 출신 피의자들은 대부분 강력범, 흉악범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사람들을 굳이 구속영장 발부해서 구치소에 수감시킨 채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가. 한때 우리 사회의 지도자급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어느날 수인번호 달고 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국격에도 좋지 않은 일이다.

고위공직자 출신 피의자, 피고인에게는 가택연금하는 제도를 만들어 사전구속제도를 대체케 하였으면 한다. 엄격한 조건을 단 가택연금 제도라면 증거인멸 방지, 도주방지의 효과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 정의관념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유죄가 확정되고 선고형량이 징역이라면 누구나 감옥살이를 피할 수 없다. 사회정의는 그 정도면 구현되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