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前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가 내용상 또는 절차상 온당한지가 화제다. 긴급출국금지라지만 일반 출국금지가 가능한 경우일 때 긴급한 절차가 정당성을 갖는다.

김 차관의 경우 당시까지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고 그런 조치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즉 출국금지 대상인데 실수로 빠뜨린 것이 아니란 점에서) 부랴부랴 긴급출국금지를 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선조치로 절차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일반)출국금지는 통상적으로 수사기관 등 관계기관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법무부에 요청을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주로 수사 중인 사람 또는 고액의 벌금·세금을 체납한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출국금지요청이 오면 법무부는 그 인적사항을 입력해두었다가 혹시 대상자가 출국을 위해 국제선 비행기나 선박이 운행하는 공항만으로 올 경우 출국심사 단계에서 출국을 막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출국자는 국제공항·국제선 부두의 항공사나 선박회사의 카운터에서 탑승권(보딩패스)을 받고 먼저 보안검사를 거친 다음 출국심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출국심사 공무원에게 여권을 내밀면 몇 초간의 짧은 체크과정에서 출국금지 대상자인지 여부를 가려내게 된다. 요즘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무인 출국심사대도 그런 기능이 들어 있어서 출국금지 입력이 된 사람은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과거에는 출국심사 단계에서 체크했지만 요즘은 항공사나 선박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는 단계에서 출국금지 대상자인 사실이 체크가 되어 그 단계에서 스톱이 된다. 그러지 않고 만약 카운터에서 탑승권 받고 짐을 다 부친 다음 보안구역 안의 출국심사장까지 들어갔는데, 거기서 출국금지 대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못나가게 되면 짐을 도로 찾는 일이 얼마나 번잡한 일이겠는가 말이다.

탑승권 카운터에서 1차로 출국금지자(者) 체크를 할 수 있게 해준 것까지는 과거보다 좋아졌는데 문제는 끝이 아니다. 자신이 출국금지 대상에 올랐는지 모르고 출장이나 가족여행을 한다고 일행이나 가족들과 함께 공항에 나갔다가 ‘당신은 못 나간다’ 할 때의 소동과 낭패감을 한번 상상해보라.

당사자에게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통보했더라면 그런 일을 다소간에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법률상으로도 출국금지 조치를 하면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통지해 주어야 하고 예외적으로만 통지를 않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 현실은 수사기관 편의주의에 젖어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하지 않는 것이 현재 기본이고 원칙적인 관행으로 되어 있다. 이런 방식이 때로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물론 살인이나 절도, 마약,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 중이거나 본인 스스로 자신이 수사기관의 감시나 추적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이에게는 설사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 않더라도 공익적 명분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수사기관이 출국금지 대상자 선정을 남용하고 당사자에게 알리지도 않아 당사자가 자신이 출국금지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알기 힘든, 애매한 상황에서 공항까지 갔다가 출국이 저지되어 낭패를 당하는 경우인데, 이런 일이 실제로 적지 않다.

자신이 직접 어떤 억울하고 부당한 경우를 당해보기 전까지는, 남이 당한 일에는 대개 매정하고 엄한 잣대를 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심리 현상이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이번의 긴급 출국금지조치도 법률상 요건 절차를 도외시한 채 어떻든 여론이나 정서 측면에서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는 식의 색안경 심리가 혹시 더 많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법치(法治) 실종의 시대다.

2019ㆍ3ㆍ25 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