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판은 사나운 싸움개가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고 흔들듯이 사납기만 하다. 정권이 바뀌면 또다른 앙갚음이 벌어질 것은 밤하늘의 별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 소싸움
싸움 치고 우리나라 소싸움처럼 신사적인 싸움도 없을 것이다. 인간들이 재미로 붙이는 싸움이니 무슨 불공대천 원수처럼 사우지는 않는다. 힘이 달리는 소가 돌아서면 경기는 그것으로 끝나고 만다. 억울하면 다음 기회에 또 출전하면 된다.

*스페인 투우(Torero)
2016년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투우경기장에서 스페인 투우사가 투우 뿔에 찔려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31년 만에 일어난 사고라고 했다. 1980년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투우 구경을 한 적이 있다.
투우장에 들어온 싸움소는 반드시 죽어서 끌려나간다. 싸움소는 경기에 앞서 캄캄한 우리 안에 갇혀 있다가 경기 직전에 투우장으로 튀어나온다. 갑갑한 곳에서 오래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화가 나서 입에 허연 거품을 물고 닥치는 대로 받으려고 날뛴다. 미쳐 날뛰는 싸움소를 단창잡이와 말을 탄 긴창잡이가 목덜미에 창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한다. 단창잡이들이 대피벽 뒤에 숨어서 약을 올려서 싸움소를 지치게 하여 기운을 다 뺀 후에야 몸에 착 달라붙는 섹시한 투우복을 입은 투우사가 입장해 관객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투우사는 붉은 천을 흔들며 싸움소를 유인해 멋진 동작으로 놀리며 관객들을 즐겁게 하다가 기회가 오면 단번에 긴 칼로 싸움소의 숨통을 찔러 경기를 마감한다. 그러면 여성 관객들은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핸드백을 집어던지며 미친 듯이 환호한다. 한번 경기에 싸움소 다섯 마리가 등장한다.
투우 뿔에 찔려 죽은 투우사는 운이 없었든지, 아니면 여성 관객들의 환호성에 취해서 겁없이 날뛴 게 아닌가 싶다. 스페인 투우는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고 황소를 얼반 죽여놓고 하는 비겁한 싸움이다.

*개싸움
개싸움도 참 잔인한 싸움이다. 싸움개는 생긴 상판대로 아주 사나워 상대편의 목덜미를 콱 물고 흔들어 맥을 못추게 만들어놓는다. 싸움개 종류를 찾아보니 생긴 상판대로 1위가 핏불 테리어, 2위가 캉갈도그, 3위가 케인 코스, 4위 불독, 5위 도베르만, 6위가 도사 이누 등이었다.

*닭싸움
어렸을 때 우리 시골 동네도 싸움닭이 있었다. 인도 종이라는 샤모와 잡종이라는 유두리, 그리고 일본종이라는 한두가 있었다. 그때 투계들은 사람들이 싸움을 붙여도 죽기살기로 싸우지는 않았다. 진 놈이 힘이 없어 비실비실 구석을 찾으면 이긴 놈은 홰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싸움은 끝났다.
그런데 필리핀 닭싸움 사봉 (Sabong)은 정말 잔인하다. 필리핀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주 인기 있는 게임으로 돈을 많이 걸고 한다. 싸움닭들은 아주 독하게 훈련을 받고 한번 경기장에 나와서 지면 곧 사망이다. 다리에 예리한 칼을 차고 싸우기 때문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 잔인한 경기를 식민지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즐겼다고 한다.

*어느 주먹들의 싸움
마사오 아니키(正雄 兄貴)는 1930년대 중반 일보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후 귀국해 부산 영도, 남포동에서 터를 잡아 세력을 키워 밀수,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다. 1970년대 말까지는 하급선원으로 외항선을 타기도 했다. 그가 탄 배가 부산항에 입항하면 아우들이 검은 세단 2~3대를 부두 앞에 대기시켜 기세를 올려주었다. 그때만 해도 순진한? 밀수였다. 세관원들도 마사오가 누군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
어느 날 마사오 아니키가 기분 좋게 한잔 되어 호위병도 없이 영도 집으로 가는데 좁은 골목길에서 '어떤 놈'과 어깨를 부딪쳐 시비가 붙었다. 그러다가 싸움이 붙었는데 마사오가 바닥에 깔려 두들겨맞았다. 근데 그 '어떤 놈'이 주먹을 멈추지 않고 자꾸 때렸다. 참다 못한 마사오 아니키가 비명을 질렀다.
"야 인마, 내가 영도 마사오 아니키다! 그만 때려라!"
그러자 그 "어떤 놈'이 "마사오가 어떤 놈인지 내가 어쩌케 알어! 주먹질은 니가 먼저 했잖아, 이 염병할 놈아!" 하며 게속 때렸다. 자기 '나와바리' 안에서 임자를 제대로 만났던 것이다. 그 '어떤 놈'은 주먹이 솥뚜껑만한 거문도 출신 정 모(鄭 某) 북태평양 트롤선 갑판장이었다.

*오늘날의 정치판
취모멱자(吹毛覓疵)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현명한 군주는 터럭을 불어서 남의 작은 흠을 찾으려 하지 않으며, 때를 씻어 오래 된 상처를 찾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은 사나운 싸움개가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고 흔들듯이 사납기만 하다.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 서캐 잡듯이 무명옷 솔기를 이리저리 헤집어가며 들추다가 흠을 찾지 못하면 어금니로 옷 솔기를 꾹꾹 물어씹듯이 잔인하다.

세월이 흘러 정권이 바뀌면 또다른 앙갚음이 벌어질 것은 밤하늘의 별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