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타개했다는 소식이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말년에 누구도 겪기 어려운 끔찍한 마음고생을 겼었을 것을 생각하면 같은 인간으로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

故人은 대한민국 재계 2세대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우선 선대(先代)가 토대를 일군 기업들을 잘 지켜냈다. 수많은 재계의 별들이 반짝이다가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지켜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대한항공의 경우만 하더라도 고인이 물려받을 때 세계 항공업계에서는 초라한 위치였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항공은 매출로 보나 브랜드 가치로 보나 세계 선두 그룹에 올라서 있다. 이 엄청난 성장사는 고인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고인과 가족들이 '갑질의 대명사' 쯤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이렇듯 훌륭한 기업을 만들어 낸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금 납부로 국가 재정 확충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해야 한다. 이외에도 교육 사업이나 각종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업적이 필자가 다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 가족들이 설사 좀 지나친 면이 있었다 해도 '마누라와 자식들은 맘대로 안 된다'는 인생 경험에서 보면 비록 혀를 찰 일일지언정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범주는 아니라고 본다.

고인은 기업 경영에서만 아니라 국가의 공적인 일에도 열심이었다. 운송과 관련한 세계 협회나 각종 조직에 참여하여 지도자급에서 국위 선양에 힘썼고, 특히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와 성공적 개최에도 고인의 업적을 빼놓을 수 없다. 고인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평가받는 데 크게 일조한 것이다. 조직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노력했으나 박근혜 정권에서 석연찮은 모양새로 물러난 것이 안타까웠다. 고인의 수난은 사실 그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필자는 본다.

사람이 운수가 나쁘면 한 가지 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엎친 데 덮친다. 자식들이 연이어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별소리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일로 보지만 세상은 그들을 가만 두지 않았다. 온갖 가족사가 세상에 까발려졌다. 그리고 다친 누를 공격하는 하이에나떼처럼 물어뜯기 시작했다.

고인의 타개 소식이 전해진 오늘 고인이 등기이사로 남은 '한진 칼'의 주가는 20%나 폭등했다. 회장이 타개한 급보에 떨어져야 마땅할 주가가 뛴 것은 경영권 분쟁을 노린 한 탕이다. 죽음을 이용한 투기장이 벌어진 것이다.

고인의 부고는 '숙환으로 인한 별세'로 전해졌다. 이를 곧이들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지병이 있었지만 갑자기 숨을 거둘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 알다시피 국민연금이 나서서 고인을 대한항공 등기 이사직에서 축출함으로 얻은 쇼크사였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들이 합세하여 타살한 것이라고 필자는 부르짖는 바이다. 이 비정한 민심이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