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이 지은 이름 이전에 일제(日帝)가 만든 댐이니 이름을 바꿀 게 아니라 아예 댐을 철거하는 게 맞지 않나? 낚시꾼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인 '파로호(破虜湖)'라는 댐이 있다. 행정구역상 강원도 화천군에 속해 있으며 춘천댐과 평화의 댐 사이에 있다. 일제가 4년여 공사로 1944년에 준공한 댐이다. 이 댐의 원래 이름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큰 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다는 의미의 '대붕호(大鵬湖)' 또는 지명을 딴 '화천댐'으로 불렀다고 한다.

6·25 전쟁 중이었던 1951년 봄, 이승만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미군과 국군은 중공군 수중에 있었던 화천발전소(파로호) 탈환 작전에 돌입했다. 화천댐(파로호)에 퇴로가 막힌 중공군을 한·미 연합군이 협공으로 대파한 '지암리·파로호 전투'였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중공군 2만 4141명이 사살되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해 11월 현장을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대파한 호수'라 하여 특별히 '파로호'라 칭하고, 친필 휘호를 남김으로 이후 파로호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이 파로호라는 이름을 원래 이름인 대붕호로 바꾸는 방안을 화천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관계와 남북 평화 무드(?)를 감안하고 임시정부 100돌을 맞아 냉전의 상징인 파로호의 이름을 바꾸어야겠다는 것이다. 北·中에 알아서 기겠다는 꼴이다. 바꾸더라도 남북이 통일된 이후에 해도 될 일을 월급 받고 이런 문제만 생각하는 할 일없는 관리들이 있는가 보다.

국민들은 도탄에 빠뜨려놓고 온갖 쓸데없는 일에 공들이고 있는 정부다. 촉새의 입을 빌려 '이승만은 미국의 괴뢰'라는 화두를 던져 놓고 이승만 흔적 지우기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 그런데 이승만이 지은 이름 이전에 일제가 만든 댐이니 이름을 바꿀 게 아니라 아예 댐을 철거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러면 이승만 흔적과 일제의 흔적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겠다. 내친김에 철거(파괴) 전문 정부답게 가까운 곳에 있는 박정희 작품인 소양호도 철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