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殺意)를 품은 자가 하루아침에 회개하고 새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30일, 트럼프 연기의 절정은 오산 미공군 기지에서 귀국 전에 미군들을 격려하는 연설을 할 때였다. 시간은 출발 예정보다 2시간이나 늦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연단에서 여유만만하게 제스처를 써가며 폼페이오와 이방카를 불러내어 '야수와 미녀'라고 소개하며 미군들을 웃겼다. 그만큼 김정은과의 회담이 흡족했다는 뜻이다.

처음 김정은이 등장했을 때의 표정은 불안하고 주변을 자구 살피며 대화 도중에 순간순간 눈초리에 독기가 번득이는 듯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50여 분간 회담을 하고 나왔을 때는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두 사람이 무슨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른다. 마피아 거래 방법에 이런 철칙이 있다고 한다.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트럼프도 김정은도 절대로 손해 볼 거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성공적인 회담으로 포장해 선거에 유리한 여론을 얻는 것이고, 김정은은 우선 제재로 인한 경제적인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미국과 직접 회담을 하며 줄다리기를 하다가 수 틀리면 무언가를 트집잡아 모든 것을 백지화시키며 본성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어쨌든 트럼프와 김정은의 본심은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김정은이 얼마 전 시진핑이 방북했을 때 황제 대접을 하며 무슨 '밀약'을 했느지 모른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참모들은 30일, 남북미 정상이 사상 최초로 비무장지대에서 만난 데 대해 일제히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조국은 "오늘은 사실상 종전 선언을 천명한 날"이라며 "새 지도자의 비전과 용기와 결단의 선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역사적인 만남은 맞다. 그러나 아직 자화자찬할 단계는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울처럼 살의를 품은 자가 하루아침에 회개하고 새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6·25 이후 지금까지 북한 김씨 세습 왕조의 행태를 봐서 그렇다는 말이다. 북한이 체제 유지 수단인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한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Welcome Trump, Be careful Moon is spy!"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30일 종로구 청계천 광장 앞에 걸려 있었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진추모) 명의의 현수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