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 진영쪽 사람만 쓰는 대통령이 있는 한 유능하고 참신한 사람이 입각할 일이 없어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기를 장관직을 제의했으나 고사하는 사람이 30명이 넘는다고 하면서 개각 고충을 토로했다. 과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정규재 펜앤마이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장관 제의했는데 거절하는 사람이 있던가” 하는 질문에 대해 “장관 시켜준다는데도 마다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사검증 단계에서 걸러지는 사람은 있어도 제의를 받고 거부하는 사람은 없더라는 것이다. 적어도 우파 정권에서는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재인 좌파정권에서는 장관 시켜준다는데도 안한다는 사람이 서른 명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이유는 몇 가지가 꼽힌다. 우선 문 정권이 이전 우파정부에 대해 혹독한 정치보복 수사를 가하는 바람에 정권이 바뀌면 이 정권 장관들도 마찬가지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심리가 널리 퍼졌을 수 있고, 이미 침몰하는 중인 문재인호라는 배에 올라타 사공 노릇을 자처할 이유가 없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문재인 좌파정권은 좋은 인재를 모셔와 적재적소에 배치할 능력을 잃었다고 보는 게 맞다.

일본이 반도체 개발용 첨단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경제 주무부처인 기재부의 1차관이 공석이라고 한다. 원래 있던 사람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갔는데 후임 인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차관은 인사청문회가 필요없으니 대통령이 결재만 하면 곧바로 임명이 된다. 그런데 안했다는 것이다. 인재가 없다는 소리다. 있다 해도 자기네 진영쪽 사람만 쓰는 대통령이 있는 한 유능하고 참신한 사람이 입각할 일이 없어보인다. 좌파에게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