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게서는 한일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들 상대로 일본 욕을 늘어놓는 고자질 외교나 실컷 할 요량인 듯하다. ‘정부관계자’라는 사람이 한일간 무역갈등과 관련하여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에서 으레 진행하는 백브리핑이 아니라 프레스센터에서 여러 외신들을 불러모아 진행한 회견이었다고 하는데 여기 관련한 기사들을 읽어보니 정부의 어느 직위에 있는 누가 기자회견에 나선 것인지 알 수 없고 그저 ‘정부관계자’라고 나온다. 기자들이야 그 사람 누군지 알겠지만,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정부의 요구가 있었던 것 같다. 국정원 직원이 기자회견을 하기라도 했는가. 이 문제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떳떳하지 못하였으면 정부관계자가 익명의 뒤에 숨어 기자회견을 다 할까.

기사에 나온 회견 발표내용을 보자니 역시나 이번에도 일본을 자극하는 내용이 80%다. 민주주의 국가니까 대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을 했는데, 한국은 그럼 자국의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면서 자국의 국내법으로 조약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국제법의 원칙은 무시해도 되는가. 우리나라의 삼권분립은 삼권간에 절대 불간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삼권견제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몰아낼 수 있고 법원이 재판으로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듯이 행정부도 사법부가 초래한 부작용을 수습할 권능이 있는데 그걸 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내세워 뒤에 숨는 것은 설득력있는 핑계가 되지 못한다.

외국은 우리나라를 상대할 때 정부와 교섭하지 법원 판사와 교섭하지 않는다. 일본은 문재인 정부에 대고 요구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법원을 내세운다면 일본은 더이상 문 정부와 협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걸핏하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판결을 내놓는 법원의 행태에 대해 정부가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면 책임있는 자세로 사법부를 막아야 한다.

이제 와서 무슨 메이지 유신 지사들 타령인가. 한국사람들이 언제 요시다 쇼인같은 일본 근대사의 위인들을 좋게 바라본 적이 있나. 툭하면 정한론 제창자라느니 침략의 원흉이라느니 폄훼하며 그들과 관련된 역사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려 하자 이를 방해하기 바빴지 않은가. 그래놓고 이제 급하니 아베 총리를 달래겠답시고 유신지사들을 들먹이나. 삿초 동맹을 예로 들며 한일간 협력을 강조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에도막부와 같은 공동의 적이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한미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아베 총리 면전에 대고 “일본은 우리 동맹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겉 다르고 속 다른 진정성 없는 말로 일본의 자세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일본이 태평양전쟁 패전 후 자력으로 회복에 성공하고 경제 대국에 올라선 비결은 한국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무역에 기댄 것이 아니라, 과학분야 노벨상을 20개 넘게 쓸어담아갈 정도로 뛰어난 기초과학 기술력과 그것을 개발해낸 일본인들의 장인정신 때문이었을 것이라 본다. 이번 반도체 소재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도 일본의 이같은 저력을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가볍게 보고 어른이 어린아이 꾸중하듯 말한 것이 이 정부관계자의 오늘 기자회견 가운데 가장 안좋은 부분이었다. 문재인 정부에게서는 한일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들 상대로 일본 욕을 늘어놓는 고자질 외교나 실컷 할 요량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