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流작가 정연희(鄭然喜) 씨의 '克日'에 관한 통절한(?) 언급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2019. 7. 28. 산케이 신문
번역 펀드빌더(회원)

서울 주재 초기에 해당하는 1982년 8월15일(광복절)에 한 韓國 신문은 <금년 여름은 지금까지의 어느 여름보다 더워 견디기 힘들다>는 제목의 社說을 냈다. 당시, 日本의 역사교과서 記述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官民 합동으로 反日운동이 활발했다. 韓國언론은 연일 反日 캠페인을 전개하고, 거리에서는 택시가 日本人 승객에 대한 승차거부를 하기도 하며, 식당은 '日本人 출입금지' 표지를 내거는 등 反日 열기가 뜨거웠다.

'최악의 韓日관계'라는 말이 돌았고, 양측은 각각 해결책 마련에 분주했다. 당시 韓國側에서 나온 것이 <反日에서 克日로>라는 방향전환이었다. 日本을 향해 단순히 反日감정을 발산할 것이 아니라, 日本을 따라 잡고, 日本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후 일반화된 克日이라는 말은 이때 나온 말이다. 그때 韓國 언론은 <敵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敵을 잘 알아야 한다> <克日 위해서는 知日해야 한다>며, 과거 역사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日本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게재했다.

그때의 反日감정은 官民 합동의 '독립기념관건설 국민모금운동'으로 수렴되었고, 그 독립기념관이 지금 서울의 남쪽 충청남도 천안(天安)에 존재한다. 당시 신문의 지식인 紙上 좌담회에서 女流작가 정연희(鄭然喜) 씨의 '克日'에 관한 통절한(?) 언급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克日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해방 후 이미 수십 년 흘렀는데도, 우리가 뭔가 하려고 할 때 아직도 日本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것인가? 克日이라는 말에는 日本을 의식해야만 하고, 日本의 뭔가를 우리의 기준이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식의 강요를 받는 느낌이 든다. 日本을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오히려 우리 의식세계가 日本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점에서 克日보다는 스스로 이기는 克己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때 이후로 20년 이상 경과한 2006년에, 이와 관련해 <日本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韓國>(文春新書)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쯤 지나서는 <그래도 日本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韓國>이라는 改訂版 책을 썼다. 韓國은 日本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기는커녕, 갈수록 日本에 집착한다. 韓國이 여전히 日本에 집착하는 가운데, 韓國의 지식인들은 정연희(鄭然喜) 씨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 같다. 그녀의 말을 근거로 판단하면, '韓國의 의식세계는 아직도 日本에 사로잡힌 채 스스로 극복 못하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싶다.

25일 문재인 정권의 여당이 조직한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일행이 外信 기자 클럽에 PR차 왔다. 반도체 素材 문제를 계기로 실체가 드러난 韓國경제의 높은 日本 依存度 현상이 침략에 해당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그 여당 일행은, 수출규제가 韓國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제침략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런 式의 침략도 다 있나?

질문으로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보다는 '일본경제의존대책위원회'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더니, 운동권 출신들답게 대답도 그런 식이었다. 그들에게는 정신적으로 日本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에 대한 통절한 성찰 같은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