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무기 원료로 쓰일 수 있는데도 불법으로 북한 등지에 흘러들어갔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 .
주적이 누군가가 헷갈리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이 근대국가인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국민인지, 전근대 조선의 백성인지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전자라면 자유대한민국을 파괴하려 했고 지금도 위협하는 북한이 주적일 것이고 후자라면 조선의 국권을 박탈했던 일본이 주적일 것입니다. 물론 조선도 불과 100년 전 우리가 살았던 땅의 왕국이었으니 그 국권상실의 역사가 쓰리고 그 상대였던 일본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과거 숱한 외침을 당했고 그 역사를 교훈으로 삼지만 거기에 아직도 연연하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과거 우리를 침략했던 일본에 대해서도 역사의 교훈으로서 부국강병에 힘쓸 뿐, 전혀 아무 감정이 없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틀로서 현재의 일본을 바라보진 않습니다. 즉 과거사 갈등과 현재의 분쟁현안을 뒤섞어 인식하는 우를 범해선 안됩니다.

지금의 일본은 우리와 같은 자유민주 노선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사와 관련 서로 간에 이견이 있고 감정의 골이 있을지라도 그 문제를 현재와 미래의 세계전략이나 피아구분에 대입해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앞길을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되, 그와 별개로 지금 일본과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행방이 실종된 전략물자의 행방을 규명하는 한일 공동조사단을 조속히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사실 그 문제는 일본정부가 문제 제기하기 이전에 우리 정부야말로 해야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전략물자가 생화학무기 원료로 쓰일 수 있는데도 불법으로 북한 등지에 흘러들어갔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과거사와 별개로 동아시아 권역의 전략적 협력관계 복원을 위한 선린우호관계를 양국이 조속히 확인하는 외교적 절차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