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이 이치를 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성어는 한국사람들이 만든 4자 성어이다. 중국에는 이런 성어가 없다. 대신 뜻이 같은 '환위사고(換位思考)', '살신처지(設身處地)'란 단어가 있다. '易地思之'는 입장 바꿔 생각해라든가 처지를 바꿔 생각하라든가 하는 평화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易地思之는 我我간 혹 我友간에 있을수 있는데 왕왕 我田引水격인 화자(話者)에 던지는 권고(勸告) 지언이다.

적아간(敵我間)에는 이런 역지사지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41년 12월 7일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일본 전함을 이끌고 진주만을 향하고 있을 때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야마모토에게 사람이 많이 죽을 텐데 易地思之하여 진공을 멈추라고 하면 야마모토가 들었을까?

1950년 6월 25일 김일성이 6.25 전쟁을 발동하려는데 李承晩 대통령이 전쟁이 나면 무수한 생명이 죽을 터이고 금수강산이 폐허로 될 터인데 易地思之하여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했으면 듣었겠나?

우리나라가 F-35A 스텔스 전투기 60대를 도입한다. 김정은이 문재인에게 易地思之하여 도입하지 말든가 혹은 도입하려면 한반도의 영구 평화를 위하여 그중 30대만 북한 공군에 양도하면 좋겠다면 문재인이 오케이 할까?

이렇게 敵我間에는 역지사지가 있을 수 없다. 문재인은 자신을 삶은 소대가리에, 비단에 싼 똥에, 뻔뻔하다고까지 한 김정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易地思之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의 뜻은 어렵사리 이룩해 놓은 지금의 평화가 매우 취약해서 조심조심 易地思之 하면서 다루지 않으면 어느 한 순간에 파괴될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어리석음과 황당함이 고스란이 드러난 대목이다.

2000년 김대중 김정은의 6.15 공동선언은 5억 달러의 현금을 들고 가서 맺은 일종의 '조약'이니 유리그릇이 아니라 스테인레스 냄비처럼 견고하지 않았는가? 역지사지해서 평화가 정착되었는가? 그 5억 달러를 마중물로 하여 오늘날의 핵국가가 되지 않았는가? 문재인은 이 대목을 소명해야 한다.

2007년의 10.4 노무현 김정일 정상선언은 상호존중과 신뢰는 물론 6.15 공동선언도 충실히 이행하자고 적어도 도자기 그릇만큼한 경고성은 있게 만든 공동선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교활한 김정일의 표리부동한 건배사에 놀아나다가 끝낸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이 말한 상호존중은 사실 문재인의 역지사지와 뜻이 같은 소리다.

북한 김정은은 최소한 인간성도 없는 사기꾼이다. 문재인과 손잡고 백두산 천지에서 우라 ~ 만세 ~ 외친 때가 엊그제인데 오늘 어떻게 똥이니 소대가리니 개도 못하니 이렇게 쌍욕을 퍼부울 수 있나? 그런 김정은에게 易地思之 하라고?

그래서 敵我間에는 易地思之가 없다. 동물도 이 이치를 안다. 한 시골농부가 호랑이를 만나서 어머니가 병환인데 당신 가죽을 나에게 주시면 팔아서 어머니 약값으로 하겠으니 가엾은 老母를 생각해서 易地思之해 주십시오 했다. 한즉 호랑이는 당신 집에 가 봅시다 하고 따라가서 농부와 어머니를 다 잡아먹었다고 한다. 易地思之는 어디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