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보는 해소책은 親朴의 핵심 인물과 反朴의 앞잡이 몇이 대승적 차원에서 정계를 떠나야 한다. 과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가는 것 같다. 날마다 새롭다. 그중에서도 청와대 실세들의 이력이나 여러 특혜 의혹을 보면 보통 사람들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기기묘묘한 수단과 방법에 그저 탄식할 따름이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얻겠다는 욕망이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겠지만 이들의 욕망은 특별히 강렬하고 성급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위선(僞善)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의 가족들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부는 단순 의혹 수준을 넘는 명백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쯤 되면 조 후보자는 불문곡직(不問曲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할 텐데 아직도 심장이 뜨거운 듯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다. 오히려 '질책 많이 해달라'라고 했으니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내 길을 간다'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20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한 조 후보자는 마치 이미 장관에 취임이나 한 듯이 정책 비전까지 발표하고 나섰다. 그를 추천한 청와대도 아직 그대로 밀어붙일 기세다.

도대체 이들의 이러한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우선 제1 야당의 지리멸렬이다. 자유한국당이 집권 대안 세력으로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는 아직은 국민들 선동이 먹힌다는 판단이다. 내로남불이든 조작 창작이든 자기들의 선동에 국민들이 잘 따라준다고 믿는 것이다. 자유 한국당을 향한 국민들의 깊은 실망과 불신의 반대급부이기도 하다. '나라가 망하려면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 주선으로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보수통합'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의원은 "보수통합에서 유승민 바른 미래당 의원이 제일 먼저 대상이 돼야 한다"라고 제안했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김무성 당신은 앞으로 천 년 이상 박근혜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문수의 일갈이 시원했다. 유승민이 그렇게도 중요한 인물인가? 자유 우파 진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민주당의 '20년 집권' 또는 '50년 집권' 주장이 망발이 아니다. 자신 있게 대한민국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우선 한번 따져보자. 유승민은 자유한국당 분열의 핵이다. 박근혜 정부 때 이 자가 집권당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정부에 협조하기보다 엇나간 게 자유 우파 분열의 시작이었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적극적으로 통과시키기는커녕 야당(민주당)이 요구한 무려 5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아문법(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통과에 합의해 줌으로 박근혜와는 결정적으로 멀어지고 말았다.

이 외에도 방정맞은 언사들이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자. 유승민은 자기 아버지 代에서부터 박정희에 반기 든 反박정희 집안이다. 근본적으로 박정희를 미워하고 박근혜를 우습게 본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 자에 대한 공천이 자연히 문젯거리로 등장했다. 親朴 측에서 내치려는 생각은 당연하다. 여기까지는 필자도 전적으로 찬성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매끄럽지 못했다. 결국 당시 당 대표였던 김무성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친박의 총선 공천에 '전횡'이니 '학살'이니 하는 말이 나돌면서 김무성 당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결정적 분열과 함께 민심까지 잃기 시작했다. 이 총선에서 자유 한국당(새누리당)은 180~200석까지 내다보던 공천 전 분위기와는 달리 이러한 공천 파동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122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문제는 이것이 추락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집권당 주도의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지고 만 것이다.

잘잘못은 분명하다. 자유한국당 내 反朴 세력의 배신의 책임과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親朴의 관리 부재의 책임이 공존한다. 여기서 어느 쪽 책임이 더 무거운가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고 어리석은 일이다. 필자가 보는 해소책은 親朴의 핵심 인물과 反朴의 앞잡이 몇이 대승적 차원에서 정계를 떠나야 한다. 정 떠나기 싫으면 통렬한 반성과 함께 같이 손을 잡고 대국민 사과를 하던가. 어떤 방법이 되든 국민들, 특히 자유 우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탄핵 정국 청산'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은 대한민국 국체를 바꾸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자유 우파는 아직도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1학기 끝나고 2학기에 들어섰는데 아직도 교과서 첫 페이지 첫 줄을 들여다보고 있는 꼴이다.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