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생각의 각도를 조금 바꾸어서, 문재인 입장에서 제일 싫어하는 그 길을 가면 그게 정답 아닐까? '우주류'란 이름의 세력바둑 스타일로 유명했던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은 독특한 습관이 하나 있었다. 바둑 두는 중간에 棋譜를 달라고 해서 거꾸로 뒤집어서 상대방 입장에서 보는 것이었다. 바둑판을 상대방 입장에서 보며 판세를 다시 검토해 보는 식이었다.

우리가 세상 살다보면 판단이 잘 안설 때 한번쯤 해보는 방법이 상대방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 敵이 내가 뭘 해주기를 제일 바라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고 그 반대로 행동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도저히 뭘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안서는 경우라면.

2020년 5월 30일 총선을 앞두고 애국보수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다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와 현재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보수 세력 내부에서도 여전히 異見이 상당한 것 같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생각의 각도를 조금 바꾸어서, 문재인 입장에서 문재인이 제일 싫어하는 그 길을 가면 그게 정답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방에 사는 일개 시민의 소견으로 봐도 지금 문재인 일당이 제일 소망하는 것은 애국보수의 분열(分裂)이다. 심지어 사이버공간에서는 문재인 세력이 탄핵찬성파 행세하며 자유한국당 비난하고 탄핵반대파 행세하며 조선일보, 미래당 씹어대며 이간질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보수세력이 빅텐트를 성공시켜 후보단일화에 성공할 기미가 보이면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 석방해서라도 보수를 核分裂시키겠다는 선거전략이 저들에게 이미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이 바라는 분열의 핵이 되지 말고 통합의 구심점이 되어 국운이 걸린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더 이상의 종북좌파집단에 의한 대한민국 파괴를 저지해야 하는 책임이 박근혜에게 있다고 본다. 박근혜는 할 수 있고, 어쩌면 박근혜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오랜 감옥살이로 심신이 지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문도 보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탄핵을 헌정유린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박근혜 보다 더 억울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시작은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라고 본다. 선거가 정치적 이념구현의 유일한 수단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서의 승리보다 더 큰 대의 없고 그것보다 더 큰 명분 없다.

박근혜의 명예회복과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그것만이 유일한 수단이다.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 이겼듯이 감옥에 있는 박근혜가 문재인 이겼다는 소리 듣고 싶다. 선거의 여왕이 마지막으로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고대한다. 탄핵으로 분열된 보수를 뭉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박근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