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힘은 이병태-이강호-어느 종교학과 학부생 같은 ‘진짜’들의 영혼의 짙고 향기로운 감동력에서 나온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뜨거운 여름이 식어가고 있다. 586 사이비 혁명 권력의 기세도 한풀 꺾이고 있다. 낡은 권력이 기울 때는 항상 새로운 도전세력이 깃발을 치켜세우곤 한다. 8월의 마지막 날 관악산 기슭의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선 새로운 도전세력의 함성이 길게, 우렁차게 메아리쳤다. 서울대 트루스 포럼이 주관한 촛불 집회 현장의 감동적인 웅변들이 그랬다.

주최측 설명에 의하면 얼마 전 이 대학 총학생회가 주도한 촛불 집회는 자유민주주의 기조(基調)의 집회였다기보다는, 586 기득권 좌파에 대한 ‘젊은 서울대 진보파’의 반발이란 성격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대 총학은 “외부 정치 입김 안 된다”는 방패막이로 대학 밖 자유 우파의 집회 참여를 그렇게도 열심히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는 서울대 ‘진보 학생회’까지도 문재인 정권의 ‘조국 법무장관 후보’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자유우파에겐 결코 나쁠 게 없었다는, 그런대로 유익한 것이었다는 게 트루스 포럼 측의 최종 정산(精算)이었던 것 같았다.

모든 연설들이 다 훌륭했다. 그중에서도 종교학과 재학생의 기조적인 연설이 아주 돋보였다. 그는 조국의 개인적 부도덕과 범죄 의혹들만 바라보기보다는, 그런 그를 법무장관으로 만드려 한 문재인 정권의 반일-반미-종북-친중-친러시아 전략구도를 더 본질적이고 위험한 독(毒)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은 그래서 반중(反中) 할 때이지 반일-반미 할 때입니까?"라고 그는 절규했다.

그는 자신들의 입장이 개신교 신앙에 뿌리박은 역사관이라는 것을 또한 밝혔다. 결론에서 그는 감동적인 어조로 기독교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서 반드시 구현될 것임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원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왕조의 민낯을 3류 사이비 종교로 규정할 때, 개신교 신앙은 그 사교(邪敎) 전체주의 악령에 대한 가장 강력한 퇴마의식(엑소시즘, excorcism)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실감했다. 마치, 박해(迫害)시대 기독교 순교자들의 임종 순간의 신앙고백을 듣는 기분이었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의 연설을 듣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필자는 그를 꼭 두 번 여럿이서 함께 잠깐 만났을 뿐이다. 그의 인상은 문자 그대로 학자였다. 그러나 그의 연설은 로마 원로원의 웅변 그것이었다. 엄숙하면서도 높낮이의 운율(韻律)과 곡조(曲調)가 있는 명연설. 79학번으로 신군부 하의 서울대학에 들어간 그의 암울했던 학부 시절 회고로 그는 자신의 열정과 분노와 투지의 수사학을 이어갔다.

전체주의, 반(反)시장, 국가통제, 조지 오웰이 그린 사회(Orwellian sociey), 대중을 매수하는 공짜 포퓰리즘, '구호 경제'에 대한 그의 개탄과 경멸과 지탄은 하늘을 찔렀다. 필자는 그의 연설을 들으며 586 위선자들을 향해 이렇게 읊조렸다. “너희들의 메뚜기 한 철은 끝났다”고. 그렇다, 새로운 시대정신과 그 전위(前衛) 투사들의 혁명적 에너지가 적치(敵治)하 저들의 너절한 기득권 바벨탑을 통쾌하게 허물고 있다.

또 한 사람. 1985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이강호. 필자는 1900년대였나, 신문사로 찾아온 한 잡지사 기자의 방문을 받았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라 하기에 그동안 쌓여왔던 학생운동의 주사파 주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주사파는 아니고 PD(민중 민주주의, 정통 마르크스 레닌주의) 계열이라 했다. 그래서 필자는 다소 안심(?)하고 주사파에 대한 공격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PD를 포함하는 극좌 전체주의에 대한 공격도 겻들였다. 그는 별 반응 없이 듣기만 하다가 돌아갔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다시 우연히 만난 그는 필자 기준에서 발전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그는 그제야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하시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허허허. 우리는 파안대소 했다.

그 이강호가 서울대 촛불 집회에서 피를 뿜는 열변을 토했다. “문재인 정권 끌어내자”고. 그의 연설은 우파라는 정치인들의 영혼 없는 연설과는 다른, 온몸을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전율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진짜였다. 자유한국당에 저런 사람 단 10명만 된대도 세상이 달라질 터인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바꿀 힘은 그래서 오늘의 복당파의 ‘어정쩡한 중도실용주의 짝짓기' 정치공학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이병태-이강호-어느 종교학과 학부생 같은 ‘진짜’들의 영혼의 짙고 향기로운 감동력에서 나온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보수통합은 당위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될 수는 없다.

어둠이 너무 짙다. 그러나 어둠이 짙다는 것은 새벽이 머지않았다는 뜻일 게다.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어, 새벽을 만드는 사람들이어, 우리 모두 어깨동무하고 다가오는 전투를 장렬하게 맞이하자.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위선에 대한 진실함의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다. 이 구역질이 2019년 말과 2020년 초엔 마침내 무섭고 처절한 '소돔과 고모라'의 유황불을 만들어내고야 말 것임을 우라는 예수님 이름으로 굳게 믿습니다, Amen !!

류근일 2019/8/3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