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 간과 쓸개만 상납했다면 또 모를까 5천만 국민의 자존심까지 보태서 바쳤다. 이야말로 애걸복걸이다. 문재인이 김정은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조르다 못해 그가 못 온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고 두 번 세 번 간청했다고 한다. “옷깃을 여미고 삼가 엎드려 청합니다.”고 임금에게 조아리는 신하가 따로 없다. 정권 유지와 재집권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능히 할 정권이란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간과 쓸개까지 내버리고 저럴 줄은 몰랐다. 자기들 간과 쓸개만 상납했다면 또 모를까 5천만 국민의 자존심까지 보태서 바쳤으니 성이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대통령과 정권만이 비굴하더라도 국가는 상처 입기 마련인데 국민까지 끌고 가서 저러니 대한민국 역사상 오늘 같은 부상(負傷)이 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젠 김정은도 문재인 정권의 속내를 다 알 것이다. 저들이 북한에 친절한 것은 북한이 좋아서가 아니라 북한을 이용. 자기들 권력 유지를 위함이요 지지율 높이기의 수단이란 것을 눈치챘을 터이다. 자꾸 이러면 북한은 성을 낼 것이고 마침내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남북 간의 위험 국면이 도래하고 마는 것이다.

사람의 혼을 빼버리면 반송장이 되듯이 국민에게서 국가혼을 쏙 빼내면 나라는 껍데기만 남고 작은 풍우에도 쓰러지고 만다. 그럼 국가혼은 무엇인가? 국민적 자존심이다. 천하 독재자라도 독재는 할망정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풍격은 지켜낸다. 그러나 어줍잖은 독재자는 국가혼을 짓뭉개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