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의 방한을 보며 생각나는 유머 한 토막.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을 앞두고 중국 대사관을 통해 "대한민국 전·현직 국회의원, 고위 관료, 기업인, 언론인 등 100여 명을 오찬장에 집합시켜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마치 천조국(天朝國)의 대신이 종속국을 방문하는 듯한 태도였다. 일부 매스컴에서는 "원세개의 화신(化身)인가?" 하고 눈쌀을 찌푸렸다. 만찬장에 자장면 한 그릇 내놓고 띵호와! 외치며 무슨 협박장을 내밀지 걱정이 앞섰다. 방한 목적은 보나마나 뻔하다. "알아서 기라!"는 소리다.

트럼프는 방위비를 거론하며 "주한 미군 계속 주둔할 수도. 철수할 수도 있다!"며 장삿속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쌀을 준다, 떡을 준다!"며 구애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굶어죽어도 남조선에 구걸하지 말라!"며 포악한 이리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치욕적인 정국(政局)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 한 편의 삽화가 떠올랐다. 눈물과 웃음이 공존하는 찰스 디킨즈의 소설 같은 스토리다.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어장에는 생피에르(Saint Pirre)라는 작은 섬이 있다. 프랑스 령으로 약 5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예전에 약 250년 동안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네 나라가 어장을 서로 차지하려고 어업전쟁을 했는데 영국이 승리했다. 이 섬은 겨울철 프랑스 어부들의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오래 전에 영,불 협약에 의해 프랑스령이 되었다.

1980년도 중반부터 우리나라 트롤선도 뉴펀들랜드 어장에 진출해 7~8척이 조업을 했다. 그래서 생피에르 섬에 한국 수산회사 주재원이 상주하게 되엇다. 주재원 가운데 총각이었던 김치국 씨가 프랑스 인 과부 이본느와 결혼을 했다.

프랑스 과부 이본느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프랑시스'라고 했다. 김치국 씨와 결혼 후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이름을 한국(韓國)이라고 지었다. 김치국 씨는 프랑시스를 '자기 새끼', 한국이를 '우리 새끼'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새끼'가 자라나면서 고민이 하나 생겼다. 형님 프랑시스는 전혀 김치를 먹지 않는데 '우리 새끼'인 한국이는 일찍부터 아버지만 먹는 김치를 좋아햇다.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엇다. 형님 프랑시스는 김치 냄새를 아주 싫어해 김치를 먹는 한국이에게 이렇게 뒷전에서 협박했다.

"니 인마 아빠 빽 믿고 까불면 재미 없어! 아빠 따라 냄새나는 김치 먹으면 같이 안 놀아줄 거야!"

형님이 같이 안 놀아주면 이웃에 한국이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어린 한국이는 깊은 딜레머에 빠졌다. 형님을 포기해야 하나? 김치를 포기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