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조금 바뀌었다고 ‘民族해방’을 위한다고? 北이나 좌파·종북(從北)주의자들이 어찌 감히 ‘民族’이란 말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민족’은 가슴 뭉클한 말이다. 시인이라면 이육사의 ‘민족詩’가 떠오를 것이요, 국문학자라면 신채호의 ‘민족사학’이 연상되지 않을까? 사실 이 ‘말’은 일제 下에서 ‘해방’을 갈구하던 애국지사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고리’였다. 그래 여기엔 ‘비장함’이 있고 ‘애절함’이 있고 가슴 저린 ‘아픔’이 있다. ‘숙명(宿命)’마저 느끼게 한다. 그 숱한 모진 세월, 이 ‘말’과 더불어 이 나라가 버텨 온 셈이다.

‘민족(民族)’이란 말이 필자에게 처음 다가온 건 중학시절이었다. 당시 반포된 ‘국민교육헌장’에서다. 첫마디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民族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국민 각성을 통해 쇠잔한 나라를 다시 부흥시키려는데 이 ‘용어’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 ‘헌장’은 곧이어 시행된 ‘새마을 운동’의 사실상 정신적 기조(基調)가 되었고, 이 ‘운동’은 60-80년대 고속 경제성장시대를 연 국가동력원이 된 걸 부인하기 어려워서다.

그래 ‘民族’이란 말은 오늘날 대한민국 건국의 基調가 된 셈이다. 동력원이 된 셈이다. 식민치하에선 ‘해방’을 위해, ‘경제성장시대’에는 ‘부국강병’을 위해서다. 이렇게 볼 때 얼마나 ‘고귀한 말’인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北이 사용하는 ‘이념적 용어’가 된 것 같다. 예컨대, 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는 ‘民族해방(NL)’이니 하면서 소위 ‘좌파운동권’의 선동口號에 쓰이더니, 文정권 들어서는 ‘평화가 미래다!’라는 표어(標語)아래 대한민국 정체성을 슬며시 ‘김일성 사상(주체사상)’으로 도배하려는데 이 ‘말’이 사용되고 있는듯해서다. ‘우리(民族)끼리’니, ‘民族공조’니, ‘民族경제’라는 말들이 다 그렇다. 실상 속내는 ‘대남적화용 용어’들이 아닌가! 이 통에 그 고귀했던 ‘民族’이란 말이 수난을 겪고 있다.

강단에서 이 시대를 살아온 필자가 보기에 가장 비감했던 것은, 이 ‘고귀한 말’ 속에 스민 ‘동포愛’를 빙자, 애국心을 유도, 이제 막 대학에 발 들여 ‘사상(思想)’을 꽃피울 저 80년대 ‘어린 대학생들’이 ‘김일성 사상’에 휘감긴 점이다. 지금의 이 정권, 핵심 권좌에서 나라를 책임진 상당수 586세대가 아닐까? 더 안타까운 것은 그 마수(魔手)가 여전히 ‘21세기 대학’에 뻗어있고 이제는 고교 문턱까지 넘었다는 점이다. 그들 교과서에서 ‘자유’라는 말을 모두 삭제한 게 그 실례(實例)가 아니겠는가!

‘民族’은 애당초 北이 사용해선 안 될 용어다. 6.25가 이를 증명한다. 그들이 ‘우리 民族’을 어떻게 했나? 저들 사상과 안 맞는다고 소위 ‘반동분자(反動分子)’라는 ‘공포의 이름’으로 수백만 이 ‘동포(同胞)’를 살해하지 않았던가!

그 6.25는 또 어떤 결과를 낳았나? 필자처럼, 그 포연(砲煙)이 채 가시지 않은 이 땅에 태어난 이들은 ‘배곯이’의 어린 시절을 겪어야 했고 그야말로 ‘生存이 전부’인 나날을 보내야 했다. ‘굶지 않으리.’가 ‘직업선택의 1 순위’가 되었다. ‘국방의무’는 어땠나? 흡사 시계바늘이 멈춘 세월이요, ‘미래’를 앞서 설계할 수 없는 또 다른 ‘장벽’이 되었다. 필자 시대를 산 모든 이의 삶의 바닥에 6.25는 이렇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실상이 이러한데, 시대가 조금 바뀌었다고 ‘民族해방’을 위한다고? 北이나 좌파·종북(從北)주의자들이 어찌 감히 ‘民族’이란 말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말하는 ‘民族’은 ‘제 편만의 民族’일 것이요, ‘한민족 전체의 民族’이 아닐 것이다. 한낱 대한민국의 분열을 획책, ‘대남적화’를 위한 선동적인 용어일 것이다. 文정부는, 그 핵심권자에 있는 586세대들은 이 ‘자명(自明)한 진실’을 언제까지 숨길 것인가! 실로 ‘民族’이란 말이 대한민국에서 ‘올바로’ 쓰일 때 통일이 도래할 것이다.

2019.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