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상황은 절망 반, 희망 반이다. 죽기 한사(限死)하고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면 운명의 여신도 미소를 지어줄 것이다. 2020년 경자년이 동트고 있다. 2017년 후반기~2019년 전반기까지는 ‘그들의 전성시대’였다. 전근대적 전체주의 혁명집단이 ‘1948년의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허물어뜨리려 한 2년 반이었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 자유로움의 체제에서 자유 없는 체제로 뒤집힌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실감케 한 2년 반이었다.

대중은 물론, 상당수 지식인들까지도 처음엔 이 변혁이 ‘그런 혁명’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룩한 놀라운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사상적-철학적으로는 너무 너무 무지했던 셈이다. “지금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고 하는 친구가 한때 청년층의 최고 인기정치인으로 데뷔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북한의 50배이기 때문에 절대로 평양에 먹히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마치 첨단지식처럼 통하기도 했다. 이제 와 볼 때 정말 그런가? 이렇게 말하면 바로 ‘중도 보수’ ‘개혁 보수’ 아닌 ‘극우’가 되는가?

극좌 아닌 정치-사화-문화 엘리트들과 일반 국민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전체주의 혁명을 그저 두 눈 멀뚱히 뜨고 바라만 볼 것인지, 아니면 그랬다가는 최소한의 인간조건조차 상실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반(反)전체주의’ 투쟁의 마지막 불꽃을 튀게 할 것인지를 택일해야 한다. 이 투쟁에는 승산이 있는가, 없는가? 승산 여부는 자유인들이 하기 달렸다. 죽기 한사하고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면 운명의 여신도 미소를 지어줄 것이다. 그 반대라면 승산의 희망은 없다.

현재의 상황은 절망 반, 희망 반이다. 권력의 측면에서는 지금 형편은 전체주의 혁명집단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게 사실이다. 행정부와 사법부는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조직력, 대중장악, 문화전선, 선전선동, 미디어 부문, 의식화 교육에서도 ‘1948년의 대한민국’ 진영은 저들에게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 내년 4·15 총선에서 만약 입법부마저 그들의 압도적 우세로 귀착할 경우엔 대한민국 종지부의 시작이 올 것이다. 입법과 개헌과 공포정치와 대중 마취를 통해 대한민국은 마침내 ‘합법적’으로 혁명당할 게 확실하다.

그러나 2019년 후반기의 일련의 동향들은 대한민국에 마지막 희망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나마 하게 만든 것도 부인할 필요는 없다. 우선 김정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때 기대했었을 수도 있는(이건 물론 오해일 수 있지만) ‘한반도의 위선적 평화’의 길을 스스로 무너뜨린 게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진영엔 역(逆)으로 한숨 돌릴 계기가 되었다.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을 자의적으로 감축할 수 없도록 묶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에도 북한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건 자유민주주의 진영엔 한결 다행스러운 국면이라 할 만하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또다른 증후는, 국민적 각성과 저항이 급속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2019년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 무렵부터 대한민국의 선량하고 평범한 국민 개개인들이 “아,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자각을 하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부부동반으로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을 수백만 인파로 메웠다.

그 얼굴들은 모두가 특별한 조직원들이나 선동으로 동원된 좀비들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같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아침저녁으로 오가며 스치고 마주치던 바로 그 익숙한 이웃들이었다. “아 저 분들도 화가 나고 위기감을 느끼니까 하루아침에 ‘싸우는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준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렇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에서 보람을 창조한 위대한 국민 세대는 역시 살아있었다. 그들이 이제 깨어나 일어서기 시작한 2019년 후반기였다. 희망은 이런 것이다. 일부 교사들의 사상독재와 세뇌교육에 저항해 일어난 인헌고등학교 10대 학생들에서 애국열정에 불타는 예비역 장성들, 고등학교 동창회연합, 그리고 각 부문 애국 시민단체들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주류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광화문 광장과 서울 광장은 이들 애국 국민의 제2의 낙동강 전선이자 인천상륙작전 현장이 되었다. 어느 특정 정파, 단체, 종교에 묶여서가 아니었다. 집단주의에 매이지 않은 독립적 개개인들의 눈뜸이자 궐기였다. 이점이 이번 국민운동의 가장 값진 부분이었다.

원내 보수야당도 전에 비하면 한결 전투력과 인식에서 진일보했다. 웰빙 체질을 벗어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공천 물갈이를 하려는 기색도 보이고 있다. ‘10월 국민혁명’의 정신에 부응하려는 몸짓도 보이고 있다. 원내(院內)와 원외(院外)가 연결해 내년 4·15 총선이 대한민국 존속의 마지막 고비라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게 2020년 대한민국 희망 만들기의 핵심일 것이다.

경자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해낼 수 있는가? 이 물음에 우리는 힘차게 답해야 한다. “해낼 수 있다!”고. 저들은 지금 스스로 무너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가 그 중심에 휘말려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조국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는 속보가 떴다. 아무렴, 그래야 하고말고. 그것으로 끝낼 일도 아니다. 대한민국을 혁명하려는 집단, 김정은 집단, 시진핑 제국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시장경제- 자유통일-한미동맹-문명개화의 가치를 사수하고 재건하는 희망의 경자년을 열어야 한다. 절망을 뒤로하고 희망의 문을 열자. 희망은 그것을 추구하는 자를 위해 있다. 행복한 성탄절과 새해를 위하여!

류근일 2019/12/2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i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