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여당 국회의원의 필리버스터 참가는 세계 의회사에 기록으로 남을 만한 코미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은 본질적으로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소수야당쪽에서 지연전술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다수여당 국회의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다니 세계 의회사에 기록으로 남을 만한 코미디다. 필리버스터가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인가. 그거 할 시간에 지역구에 내려가서 주민들 민원이나 듣고 오는 게 더 유익한 일이 아닐까. 민주당 의원들은 할 일이 없는 한가한 사람들인가 보다.

윤여준 전 장관이 말하길 민주당은 집권하고나서도 야당같이 행동한다고 했다. 그 말이 딱 맞다. 안 그래도 힘 없고 머릿수가 딸리는 제1야당에 대해 조금의 배려도 없고, 최후의 수단으로 벌이는 필리버스터마저 회기를 단축시켜 시간을 줄이고 자당 의원들을 동원해 발언 기회마저 가로채가는 야비한 짓을 벌이는 게 더불어민주당이다.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하고 제멋대로 법 해석을 자행하는 이런 정당이 집권여당 자격이 있는가.

또한 국회선진화법을 정말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것처럼 임시국회 회기를 사나흘씩 짧게 쪼개고 다음 회기에 법안을 즉시 표결처리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필리버스터는 쟁점법안 날치기를 방지한다는 본래 취지에 비췄을 때 아무 의미가 없다.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완전 저지하는 게 가능하도록 법을 설계했다면 여당의원들도 덩달아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런 촌극은 없었을 것이다.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이 '동물국회'라는 좌경언론의 비판에 스스로 움츠러든 나머지 해서는 안 될 국회법 개정에 응하고 말았다. 그 당시 국회법 개정을 주도한 황우여 당 대표와 남경필 등 소장파 의원들은 지금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이 소수야당이 되었을 경우를 대비했을 것임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를 완벽히 저지할 수 있게끔 법망의 구멍을 막았어야 옳았다. 한편으로는 민주당도 한번 생각을 해보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장래에 자신들의 안위를 생각하여 만든 법안들이 그때 가서는 거꾸로 자신들의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될 수도 있음을 지금의 자유한국당과 국회선진화법을 보며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