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의 자비에 호소하느니 싸우다 잡혀가는 게 혁명하는 사람다운 자세라 본다 전광훈 한기총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31일 실질심사가 열린다고 한다. 전광훈 목사는 주요 일간지에 낸 광고를 통해 때때로 그 직함을 '국민혁명 의장'이라 밝힌 바 있다. 자신을 가리켜 문재인을 끌어내리기 위해 떨쳐일어난 혁명가라 일컬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 목사는 31일 검찰청에 나가지 말고 피신하던가 최대한 농성함이 옳다. 세상 어느 혁명가가 수사기관에 순순히 잡혀들어가준다던가. 호메이니는 파리로 달아났다가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자 이란으로 돌아와 정권을 잡았다. 혁명가는 도망다니면서 뜻을 이루는 법이다.

검찰이든 법원이든 문재인 정권 치하의 통치기관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 기관의 처분행위에 응한다면 그건 혁명가라 할 수 없다. 오늘 문 정권에 의해 사면복권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판에 불출석하여 발부된 법원의 영장을 무시하고 민중총궐기를 일으켰다가 경찰이 그를 검거하러 오자 조계사에 은신했던 사람이다. 한상균씨의 이러한 행동의 결과 무너진 것은 좌파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였고 법치를 깔아뭉갠 민노총은 한국노총을 제치고 국내 최대노조연맹 지위를 얻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다. 한상균씨가 혁명가란 건 아니나 저들은 법을 무시하고도 권력을 쥐는데, 왜 우파는 권력을 잃고서도 부당한 정권의 법 집행에 순종해야 하는가. 그런 의문을 접을 길 없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땅에서 공권력의 그물망을 벗어나 몸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는 하다. 그러나 매주 수천 수만의 인파를 모으는 대규모 집회를 주관하는 지도자로서 정권의 출석요구에 마냥 따르지만 말고 버틸 때까지는 버텨보시는 게 낫다. 예배를 계속 열어 '말씀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행여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부질없다고 본다. 김명수 사법부의 이제까지의 행태를 봤을 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우파 운동가가 영장청구를 당하면 열에 아홉은 구속되었고 이따금 보석으로 풀려났을 따름이다. 혁명가가 감옥에 가는 것은 훈장이다. 적의 자비에 호소하느니 싸우다 잡혀가는 게 혁명하는 사람다운 자세라 본다.

전 목사가 아직 이 나라 법치와 민주주의에 일말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야 31일 검찰청사에 가는 것을 말릴 길은 없다. 그리고 요즘 울산 부정선거 수사와 유재수, 조국 수사 등을 통해 주위에서 '윤석열 잘한다' 하는 소리가 많다. 주간조선은 윤석열을 올해의 인물로 꼽기도 하던데, 김진태 의원이 sns에 쓴 것처럼 자유우파가 윤석열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경찰이 신청한 전광훈 목사 구속영장을 보강 지시나 반려없이 법원에 청구하는 걸 보면 우파인사에 대한 그 무자비함이 어디 가지 않은 듯하다.

진중권씨는 윤석열이 문재인의 충신이라고 했던데 딱 그 말대로다. 그가 문재인 정권이 잘 되라고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되 문재인 정권을 거꾸러뜨리려고 수사를 하는 건 확실히 아니다. 곁가지는 쳐내더라도 몸통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 하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결코 우파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