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큰 ‘헌정문란’이 있을까? 1970년대 대학입시에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해를 묻는 문제가 있었다. 1789년이다. 중요한가 싶어 궁리해 외었지만, 사실 그 이유는 몰랐다. 실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이 ‘혁명’이념에서 나왔다. ‘주권재민원칙(主權在民原則)’이다. 우리나라 헌법 첫머리를 장식하는 ‘나라 정신’을 만들어준 혁명이니 가히 중요할만하다.

제1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②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이 ‘原則’을 국체(國體)에 담은 게 ①항이고, 이 ‘原則’을 풀어 설명한 게 ②항이다.

헌데 요 몇 년,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 땅에서 ‘主權在民原則’이 ‘폭망’한 셈이다.

유사 이래 ‘나라의 주인’은 ‘왕’이었다. 권력도 ‘왕’에게 있었다. 우리나라도 구한말까지 그랬었다. 그런데 ‘프랑스혁명’을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되고 ‘권력’이 국민에게 넘어왔다. 오늘날은 이게 상식이지만 당시로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었을 것이다. 이때부터 온 세상에 ‘자유(自由)’니 ‘민주(民主)’니 하는 말이 퍼져갔다.

사실 이 ‘原則’을 세운다고 ‘핏물’이 강물처럼 흘렀다. 힘없는 ‘일반 국민’이 ‘독재자(왕)’로부터 ‘권력’을 이양받고 나라의 ‘주인 자리’에 앉게 되었으니 그 일이 쉬웠겠는가! 수많은 귀족, 시민이 죽었고 당시 王, ‘루이 16세’도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그 후 오늘과 같은 ‘의회제도’가 터잡기 위해 더 많은 피가 강산을 물들였다. 오죽하면 “자유란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섬뜩한 말까지 나왔을까. ‘主權在民原則’은 이렇듯 ‘처절하게’ 세워졌다. 그야말로 ‘국민의 유혈(流血)로 쟁취’된 산물이다.

13세기 초에 ‘대헌장(Magna Carta)’을 수립했던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독립도 그랬다. 당시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던 패트릭 헨리(P. Henry)의 절규도 이 맥락에서다.

문제는, 지난 70여 년간 대한민국이 지켜온 이 ‘主權在民原則’은 구미(歐美) 선진국처럼 ‘우리 국민 스스로 쟁취(爭取)한 게 아니란 점’이다. ‘해방’되자 연합국(미국)이 가져왔고 이승만 대통령이 그 이정표를 세운 것뿐이다. 당시 南北으로 갈려, 국민이 다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왕’과 ‘시민’이 싸운 ‘유혈 낭자한 경험’도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그 탓일까? 우리 국민은 ‘헌법 제1조’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 수백만 동족을 살상한 저 6.25가 ‘공산 독재로 포맷(format)’하여 이 ‘主權在民原則’를 지우려던 한 수단이었음을 간과하는 것 같다. 그래 지금, 이 文 정부가 그토록 이 ‘原則’을 무시하고 국민을 ‘깔보는’데도 무덤덤한 게 아닐까? 고교 교과서에서 국민이 보란 듯 ‘자유’란 단어를 지우고 ‘불원간(不遠間)’ 우리 ‘자유’가 박탈될지도 모르는 전율마저 드는데, 필자만의 느낌일까? 그뿐인가, 국민이 지켜보는 이승만광장 ‘역사돌탑’에 광고하듯 ‘대한민국 건국일’을 빼내 ‘헌법 제1조’를 사실상 지워, 이 ‘原則’이 ‘와르르’ 무너졌음에도 언론이나 매스컴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그저 50代~70代만이 연일 ‘이승만광장’에서 목이 쉬라 성토한다. 다른 세대는 다 어디 갔는가! 이래도 되는 것일까?

‘독재 一邊’인 ‘文 정부’와 그 ‘2중대’인 여당(민주당)은 그렇다 치자. 제1 ‘야당(자유한국당)’마저 ‘강 건너 불 보듯’이다. 많은 국민이 그토록 ‘보수통합’ 전에 ‘탄핵사태’를 ‘先 봉합’하라 외쳐댔건만 한낱 ‘태산명동에 서일필’이요, ‘마이동풍’이 되어버렸다. 끝내 자유한국당은 黨 정체성조차 不明인 ‘통합신당’으로 문을 닫고, ‘탄핵’ 주동자인 ‘유승민’ 의원과 보수통합에 나섰다니! 그 바람에 ‘자유통일당’이 창당되고!

참으로 與野 가림없이 국민을 너무 ‘깔본다.’ 모두 ‘主權在民原則’이 실종(失踪)된 탓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가 失踪된 탓이다. 이보다 더 큰 ‘헌정문란’이 있을까? 자유당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정녕 ‘남이 준 떡’이라서 인가? 저 ‘프랑스혁명’처럼 ‘국민 저항’으로 그 ‘피’가 얼마나 더 이 땅에 흘러야 ‘主權在民原則’이 정착될 것인가! 국민에게, 위정자에게 뿌리내릴 것인가! 참으로, ‘主權在民原則’이 失踪된 나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