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은 죽어야 산다는 단순한 진리를 왜 모를까?" 오늘 유승민이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전문을 읽어 보니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보수는 ~ (중략)~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아직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승민이 독일에 있던 안철수에게 러브콜 보냈다가 거절당하고, 유승민 당의 나머지 국회의원들도 유승민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며, 대구에 출마하면 정치적 사망선고 받고 끝날 인생이어서 할 수 없이 불출마 선언했으면서도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보수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남 탓의 말만 했다.

서울대 나오고 머리 좋은 사람들의 제일 큰 단점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흔쾌한 사과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사과는 그냥 한두 줄로 짤막하고 간결한 게 좋다. "보수 분열의 책임이 나 자신에게 있었던 점을 반성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죄송합니다. 저는 보수 우파를 위해 백의종군(또는 정계은퇴)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다른 말 군더더기 없이 기자 회견을 마쳤다면 오늘은 죽더라도 내일은 다시 살 수 있었다. 한국의 정치판은 쉴 새 없이 출렁거린다. 보궐선거도 있고, 필요하면 언제라도 차출하여 다시 쓰니 기회는 많다.

1980년 5공 출범 이후 정계은퇴 선언하고 다시 정계 복귀하지 않았던 인지도 높은 정치인은 김종필이 유일하다. 그 외는 모두 은퇴 선언 후 정계 복귀했다. 유명 연예인이 음주운전이나 도박 같은 사고 치고 은퇴 선언한 뒤 여론 잠잠해지면 슬며시 복귀한다는 정도의 의미와 유사한 게 정계 은퇴가 된 지는 이미 40년이 넘었다.

그런데 정계 은퇴나 백의종군이란 말 한 마디 하기가 그렇게 두려웠던가? 상처받은 우파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줄지 모르는 무감성의 정치인 유승민은 다시 살아날 기회를 또 한 번 놓쳤다. 죽어야 산다는 단순한 진리를 왜 모를까? 자유한국당에 들어간 후 앞으로 기회 생기면 또 분탕질칠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