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고 있는 공천작업은 4년 전만큼 無理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부산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부산 지역 정치인중 거의 유일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부산 시민들로부터 당시에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지역의 이익보다는 국익(國益)을 우선시 하는 나름의 소신이 느껴졌다. 국회의장 시절에도 여당 말을 잘 안 들어주는 고집 센 의장으로 유명했다. 대통령 비서처럼 행동하던 문희상 의장하고 많이 비교된다.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을 한다는 비난에 대해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자신은 정치를 더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 아마 그래서 공천을 맡겼는지도 모른다. 정치를 더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니 私心없이 공천 작업을 해 달라고.

또 개인이 공천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공천하고 있다는 말도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親朴 의원들과 탄핵찬성파 의원들을 같이 컷오프(cut off)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도 시대의 아픔을 건너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 나름의 생각과 소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번 총선은 1대 1 대결이다. 汎좌파(문재인) 세력 대 汎보수세력이 맞붙는 양자 대결이며 중간은 없다. 국민의 30-40%를 차지하는 중도 무당층의 표를 어느 진영이 더 많이 가져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중도 무당층 국민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보수 야당이 도로 박근혜당 도로 새누리당이 아니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 충격 요법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홍준표와 김태호를 컷오프한 것도 나는 이해한다. 내가 고향이 그 근처라서 잘 아는데 창녕, 합천, 의령, 함안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국회의원 거저 먹겠다는 소리와 같다.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참여한 중진들이 고향에서 편하게 당선되겠다고 하는데 남들보고는 불출마 선언 하라느니 험지출마 하라느니 하면 명분이 서질 않을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4년 전에도 이한구가 잘못한 게 아니라 공천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소란을 피운 유승민, 김무성이 더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선거를 망치면서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이유가 뭐였나? 나 못먹는 밥 다 같이 먹지 말자고 재뿌리는 식의 公人답지 못했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지금도 분노하는 것이다. 공천 신청을 할 때는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전제로 한 것 아닌가? 살생부가 핑계나 변명이 될 수 있는가? 더구나 지금 하고 있는 공천작업은 4년 전만큼 無理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4년前과는 다르다. 모든 국민이 지난 4년간 힘들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인들만 아픈 게 아니라 괴로움 속에서 지난 4년간 싸워온 모든 국민이 아프고 힘들다. 이 힘든 시간이 30여일 후에는 끝나기를 바란다. 4얼15일 모두 함께 승리자가 되자. 탄핵을 하고 말고는 둘째치고 4월 15일 문재인의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는 사실상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