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떨어졌지만
메릴린 순자는 당선됐다.

내 친구의 당선만큼이나
내가 간절히 원했던 그녀,
스트릭랜드의 미국 하원의원 당선!

표차가 크지 않아서
조마조마 했는데…

축하한다.
고맙다, 이겨줘서.

그녀와 돈독한 친분은 없다.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더욱 아니다.

딱 한 번 한인정치인들을 만날 때
여러 사람들과 다같이 본 것 뿐.

그때 그녀는 타코마 시의원이었고
후에 타코마 시장이 되었단 소식에
기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인상은
내게 아주 깊이 남아있다.

솔직히 피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두 황인 아니면 백인이었는데
그녀만 연한 흑인이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녀의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라는 사실과
그녀의 성(姓), 스트릭랜드 때문일 터다.

스트릭랜드는 내가 좋아하는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이름,
스트릭랜드와 똑같다.
고갱으로 해석되는 주인공.

중학교 때 읽은 그 소설은
오랫동안 내 정신세계를 지배했으니
스트릭랜드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내 눈과 귀, 마음이 활짝 열렸던 것.

각설하고…

'순자'라는 미들네임을 가진
한국계 여성의원으로는
첫 미국 하원의원이 된 스트릭랜드.

그녀의 앞날에 큰 영광이 있기를…

배움이 전혀 없었던 엄마 밑에서
딸만은 잘 가르치고 싶어했던 엄마,
그 엄마의 뜻을 잃지 않고 따르며
훌륭하게 자라준 자랑스런 딸 순자.

그녀의 어머니 또한 오래오래
딸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시기를
뜨겁게 응원한다.

이 혼란스런 시대에 모처럼
가슴을 뛰게 한 그녀의 당선 소식.

고맙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