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되찾아 와야 할 고토 수복을 목전에 두고 곧 물러나는 상왕은, 등극하는 신왕(新王)의 승계를 방해하기만 하고, 신왕은 퇴위하는 선왕(先王)으로부터 인수받아야 할 급선무보다는, 모름지기 자신이 집무할 궁궐터를 옮기는 데만 몰두하니, 장수들은 대사(大事)를 앞두고 최고 군영을 쫓아내고 신왕의 통치처로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읍소를 하는데, 신하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파당을 일삼고, 백성들은 돌림병 병마에 허덕이며 삶이 팍팍한데도 신왕이 정신을 못 차리고 내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혀를 차네.

모든 일에는 급선무와 뒤에 해도 되는 일에 완급의 순서가 있는 법인데, 기존에 있는 집무실을 우선 사용하면서 모든 것을 따져보고 민심도 살피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고 백성들의 호응하에 이루면 될 일인데, 뭔가에 쫓기는 듯 성급하게 서두르다 더 큰 것을 잃지 않을까 민초들마저 걱정이 태산이로다.

아서라. 부실한 전쟁 준비에 민심은 물론이고 고토 회복은 아득히 멀어지고 누구를 위하여 신왕을 추대했는지 후회가 늘어가고, 진정 문제는 달아난 민심을 끌어모아야 하는 즉위 후가 걱정되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1회 굴욕으로 끝나고, 계획을 늦추면 진면목이 나타나고 대안이 보일 것이며, 흩어진 민심도 다시 수습 가능하다. 여론을 주시하며 못 이기는 척 따라가면 옛 궁궐에도 선왕들의 치적과 오·영욕의 역사 속에 내가 개척 나갈 가능성의 길이 보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