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경험을 듣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를 극진히 모셔서 듣지 '불러서' 듣는 사람은 없다. <이보게 정대철씨 말을 똑바로 하시게나>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정대철 “DJ, 집권 후 5번 전두환·노태우 불러 경험 들어…극단대결, 난 옳다서 시작”》정대철 씨의 말은 옳다. 그러나 옳은 말일수록 한결같이 옳아야 꾸민 데 없는 옳은 말이 된다. 두 전 대통령을 '불렀다'는 말은 꾸민 말로 들린다. 그래서 옳은 말을 하고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들이 아버지를 불렀다고 말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 한, 정대철 씨가 저렇게 말한 것은 잘못이다.

이 보시게 정대철 씨. 말을 똑바로 하시게나.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현직 대통령이 전임 두 대통령을 ‘부르기야’ 했겠나. 정대철 씨가 김대중 씨의 말을 옮긴 그대로, 김대중씨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을 “불렀다”고 말했다고는 믿을 수 없다.

한 수 배우기 위해 남의 경험을 듣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를 극진히 모셔서 듣지 '불러서' 듣는 사람은 없다. 불러서 듣는 그런 사람이라면 아예 부를 마음도 먹지 않을 것이고, 경험을 들을 생각도 마음에 없을 것이다. 반면에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부른다고 하여 쉽게 움직일 분들이 아니다. 제발 와주십시오 하며 찬물 떠놓고 빌어도 갈지 말지 한 분들인데 ‘불러서’ 들었다고 말한 것은 잘못이다. 이것도 하나의 거짓말이다.

우리가 볼 때 ‘부른’ 것이 아니라 김대중 씨는 더욱 예를 갖추어서 모셨을 것이다. 김대중 씨 본인이 대접받기 위해서라도, 혹은 자기 정권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그랬을 것이다. 사람이 상대를 깍듯이 대하는 까닭의 바탕에는 나도 똑같이 깍듯이 대접받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

짐작건대, 정대철 씨가 ‘모신’ 것을 ‘불렀다’고 말한 까닭은 평소 그의 마음에 김대중 씨를 위에 놓고 전두환 노태우 두 분을 아래에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평소의 마음 자세가 저런 말로 튀어나왔을 수 있다. 석가모니는 생각한 것이 말이 되고 행동이 되고 현재가 된다고 가르쳤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