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2세와 가짜 재벌 2세의 불륜
창업주의 원수로 표변한 재벌의 새 회장이 재벌 2세의 자격으로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조폭두목 2세와 만났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조폭 2세와 가짜 재벌 2세의 불륜
 
   어떤 아들이 있었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분가하면서 부모의 재산 중에서 절반을 증여 받았다. 그는 그것이 못내 불만이었다. 부모 재산을 자기가 다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형은 나이가 많을 뿐 무능하니까, 자신이 전적으로 부모의 재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가문이 빛난다나 어쩐다나. 부모는 한 마디로 거절했다. 그러자 호시탐탐 부모 재산을 노리던 아들은 깡패와 손을 잡고 새벽에 쳐들어와 닥치는 대로 가족을 죽였다. 형이고 동생이고 누나고 삼촌이고 조카고 없었다. 집성촌이라서 친척들도 크게 희생되었다.
  
   날이 새면서 가족과 친척들이 꿩 병아리 달아나듯이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 날 마침 손자를 데리고 옆 마을의 동생 집에 가 있었던 부모는 간신히 몸을 피해 손자를 들쳐 업고 도망갔다. 아무런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달아나는 수밖에 없었다. 늑장을 부리던 경찰이 나타났지만, 이들에게 당할 수가 없었다. 경찰보다 월등히 무장이 잘 된 살인귀는 경찰을 단숨에 물리치고 사냥개를 몰고 악착같이 부모를 추격했다. 부모를 죽이고 집과 토지 문서를 가로채기 위해서였다. 절체절명! 하늘도 노했는가, 안개가 짙게 끼어 사냥개와 졸개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날이 개어 한숨 돌리는 순간, 마른하늘에서 천둥이 울렸다. 우왕좌왕하는 사냥개와 졸개들에게 느닷없이 번개가 내리쳤다. 구사일생한 살인귀는 황급히 도망가지 않을 수 없었다.
  
   본거지로 돌아간 살인귀는 대충 짐작은 했었지만, 조폭두목임이 밝혀졌다. 그는 아들을 왕자처럼 키우더니, 그에게 두목 자리를 물려주고 죽었다. 그 사이 40년이 흘렀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큰집은 그 동안 사업을 해서 세계적인 재벌이 되었다. 큰집에도 세대교체가 되어, 비극의 날에 공부하느라 타지에 있던 2세들이 회장이 되고 사장이 되었다. 실은 일가친척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회사를 접수해 버렸다. 회장과 사장도 이들이 차지하고 창업주 2세와 그 가족과 창업공신들은 서서히 밀려났다. 창업주 2세가 지분은 여전히 일부 갖고 있지만, 실권은 거의 빼앗겼다.
  
   창업주의 원수로 표변한 재벌의 새 회장이 재벌 2세의 자격으로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조폭두목 2세와 만났다. 원래 한 가족이라며, 경찰도 손을 못 대는 조폭과 세계가 찬탄하는 대기업을 50:50의 비율로 아무 조건 없이 평화적으로 합치자고 약속했다. 단, 창업주의 비리를 있는 대로 까발리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까발리고, 그 후손들과 가족들 곧 살인귀와 그 아들의 큰집 사람들은 생매장시킨다는 조건이었다. 제일 큰 걸림돌인 천둥과 번개를 물 먹일 피뢰침을 곳곳에 설치하는 대로 경쾌한 봄의 소리에 맞춰 우아한 왈츠를 추며 두 집을 합쳐 한 집을 만들자고, 조폭두목 2세와 가짜 재벌 2세가 샴페인을 터뜨리며 굳게 맹세했다. 둘은 원래 한 패라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
  
   재벌 회사의 새로운 실세들은 어느새 한 패로 돌변한 노동자들과 어깨동무하고 두 집안을 합쳐 한 집안 됨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창업주와 그 가족을 매도하는 공작에 대대적으로 착수했다. 아울러 천둥과 번개를 엿 먹이는 피뢰침을 빼곡하게 설치하기 시작했다.
   (2005. 12. 28.)
[ 2005-12-29, 07:4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