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라, 큰 기업 전략은 옳았다"
한정된 자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몇 개 업종에 투자를 집중했고 여기서 대기업과 재벌들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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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邊龍植칼럼]'결국 한국인들이 옳았다'
  
  “5년 전만 해도 나는 한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일본은 하이테크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었다.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였다. 당시 중국의 도전에 대해 얘기하자, 많은 한국인들은 발전하는 중국은 한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곤혹스러웠다. 값싼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한국이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만드는 거대한 중국으로부터 어떻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후 한국이 실제로 번영을 이루면서 한국인들이 옳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의 홍콩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Andi Xie)가 얼마 전 한국 투자 관련 리포트에 쓴 글이다. 이 리포트의 제목은 뜻밖에도 ‘2005년:한국의 해’였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에선 투자·소비 부진, 아시아 최하위 성장률, 심각할 정도의 청년 실업, 날로 확대되는 빈부격차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올해가 ‘한국경제의 해’라니? 외국인들이 뭔가 한국의 내부 사정을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로지 증권투자가의 입장에서 쓴 글인가.
  
  
  또 다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한국 경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경제가 2020년 GDP(국내총생산·2조3660억달러) 규모에서 이탈리아를 추월하고, 2050년엔 국민 1인당 GDP(8만2462달러)가 미국 다음으로 세계 제2위로 올라선다고 예측했다. 우리를 당황스럽게 할 정도의 좋은 결과다. 이것도 혹시 컴퓨터가 계산을 잘못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들은 한국을 낙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강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안에서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는 동안 우리 자신은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냐”며 절망했지만, 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인들이 지난 수십년간 만들어 놓은 성장 잠재력을 새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모건스탠리는 ‘작은 나라가 큰 기업을 키우는 전략’(Small Country, Big Business)이 옳았다고 지적한다. 박정희 시절부터 한국은 대기업을 키웠다. 한정된 자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몇 개 업종에 투자를 집중했고 여기서 대기업과 재벌들이 생겨났다. 삼성·LG·현대자동차가 중국을 공략하는 힘과 조직력, 브랜드파워를 보면서 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조그만 나라에서 덩치 큰 기업을 키운 것이 세계화 시대에 적중했다고 평가한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의 강점이라고 그들은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의 몇몇 경제이론가들이 박정희 시대의 성장전략이 불균형만 심화시켰다고 깎아내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록 중소기업들의 고통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조그만 나라의 생존전략으로서 한국인들이 채택한 성장모델은 적합했고 오늘날 중국에서 큰 이득을 보게 된 비결이라는 점이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박정희가 정경유착으로 대기업을 키운 것이 궁극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이러니다. 극심한 정치사회적인 혼란 속에서도 이나마 수출하고 성장할 수 있는 데에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경제 성장을 거의 홀로 떠받치고 있는 수출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하는 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전자·석유화학 등 중화학 업종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 투자도 대기업이 없으면 기대할 게 없다. 국내의 많은 대기업들은 이미 생산과 판매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그들은 굴러가게 되어 있다.
  
  
  투자를 촉진한답시고 정부가 재벌총수들을 오라가라 하는 것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다. 왜 국내에서 투자와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지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에서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제1호는 노동조합이라고 외국인 투자가들은 말한다. 기업은 해고할 수 없으면 고용하지 않는다. 정부가 앞장서서 노동시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투자도, 고용도, 소비도 일어난다. 서비스 시장의 규제도 큰 문제다. 교육·의료비로 해외에 빠져나가는 돈이 일년에 13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의 교육·의료시장을 개방한다면 그 돈의 상당 부분이 국내에서 지출될 것이며 고용과 소득, 소비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정부가 할 일이다. 기업은 세계를 무대로 잘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정부가 문제다.
  
  
  변용식·편집인
  
  입력 : 2005.12.29 19:21 36'
  
  
[ 2005-12-29, 20:0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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