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의 끝없는 자식 사랑
배부른 다음에, 예술을 하고 학문을 하고 관광을 하고 민주주의를 하고 富를 골고루 나누고 하는 것은 자식들 몫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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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부가 자식 많았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 산을 봐도 들을 봐도 구름을 봐도 흙을 봐도 나무를 봐도 곡식을 봐도, 오직 생각나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도 다 알려진 일입니다.
  
   오로지 생각나는 건 하나,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걸으나 뛰나 노나 일하나 오직 생각나는 것은 하나, 그것은 바로바로 먹는 것! 흥부네는 그렇게 가난했었지요.
  
   그런데 왜 자식을 그리 많이 낳았을까요?
   그건 바로 흥부의 끝없는 자식 사랑 때문이었답니다. 둘째가 동생 타령해서 셋째를 낳고 셋째가 동생 타령해서 넷째를 낳고 넷째가 동생 타령해서 다섯째를 낳고 다섯째가 동생 타령해서 여섯째를 낳고 여섯째가 동생 타령을 해서 한꺼번에 일곱, 여덟, 아홉째를 낳고, 아홉째가 동생 타령을 해서 열, 열하나, 열둘, 열세째를 낳고, 열세째가 동생 타령을 해서 열넷,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째를 낳고, 열여덟째가 동생 타령을 해서 열아홉, 스물, 스물 하나, 스물 둘, 스물 셋, 스물 넷, 스물 다섯째를 낳았답니다.
  
   나이 쉰 다섯이 되도록 자식을 무려 스물 다섯이나 낳은 흥부 마누라, 그 중 열 명은 죽고 열 다섯 명만 목숨을 건진 흥부 마누라, 더 이상 자식을 못 낳자, 흥부는 그 날로 지나가는 거지 여자, 미친 여자, 과부들을 보는 족족 꼬여서 또 자식을 낳기 시작했답니다.
  
   매년 열 명, 스무 명 낳았습니다. 서른 명도 낳았습니다. 이제는 낳는 족족 다 살았습니다. 마침내 백 명을 채우던 날, 부자인 형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조선 제일 부자 놀부가 죽었습니다. 놀부 마누라 곧 흥부 형수씨도 칵 죽었습니다.
  
   놀부는 돈을 너무 사랑해서 자식을 한 명도 안 낳았습니다. 일부러 자식 못 낳아 소박맞은 여자를 마누라로 픽업했거든요.
  
   마침내 흥부가 부자가 되었습니다. 끝없이 자식을 사랑했던 흥부가 조선 제일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조선 제일의 부자였던 형님 잘 둔 덕분에 조선 제일의 갑부가 되었습니다.
  
   흥부 자식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습니다. 무려 100명이 모여서, 열 명이 죽고도 신기하게 살아남은 100명이 큰아버지 마당에 모여서 일제히 만세를 불렀습니다.
  
   '어디 한 번 배 터지게 먹어 보자!'
  
   그러나 100명이 한꺼번에 달겨들어 아귀같이 먹어대기 시작하자, 거지 엄마, 미친 엄마, 과부 엄마까지 친정 식구들을 떼로 몰고 와서 한 1,000명이 아귀같이 먹어대기 시작하자, 그 많던 재산이 만석꾼 살림이 불과 1년도 안 되어,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더니, 겨우 1년도 못 채우고 쌀 한 톨 안 남기고 다 먹어치웠답니다.
  닭도, 염소도, 개도, 돼지도, 소도 다 잡아 먹었답니다. 못 먹을 나무 기둥과 이엉 지붕과 흙 마당밖에 안 남기고 다 먹어 치웠답니다.
  
  속말: 1. 욕망은 식욕이든 유전자 보존욕이든 하여튼 모자란 듯 절제해야 한다. 욕망의 고삐가 풀리면 인간은 욕망의 노예가 된다. 자린고비도 절약을 위한 절약이라는 욕망의 노예임은 말할 것도 없다. 욕망 자체를 사악하다며 무조건 피하는 자는 무욕망의 노예이길 자청하는 자, 곧 죽음을 동경하는 자이다. 생명의 또 다른 이름은 욕망이니까. 아무런 욕망이 없는 상태, 곧 스스로 살려는 욕망이 완벽하게 없어지고 물리적 화학적 작용밖에 없게 된 상태가 곧 죽음이니까.
  욕망을 피하지 마시라. 욕망을 다스리시라.
  
  2. 한국의 4대 재벌, 배고픈 북한 동포에게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양식으로 바꾸어 막 퍼 주면 단 1년 안에 거덜난다.
  
  3. 자식을 낳는 것으로 부모 역할이 끝나지 않고 국가의 어른이 되는 것으로 그 소임이 끝나지 않는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다. 자식을 먹여 살리고 교육 시켜야 하고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하고 국민이 스스로 일해서 벌어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벌어먹지 못하게 해 놓고 부모 입만 쳐다보다가 이윽고 '빌어먹거나 훔쳐먹을 수밖에 없게' 하는 자는 부모 자격이 없고 어른 자격이 없다. 그런 자는 나쁜 부모이고 사악한 어른이다.
  
  4. 부모의 자식 사랑이 극진하면 7남매, 8남매도 다 먹여 살리고 최소한의 교육도 다 시킨다. 한국의 부모들이 바로 그러했다. 보릿고개를 못 넘기던 가난한 땅에서 일만 열심히 하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악착스럽게 일했다. 융통성도 뛰어났다.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그것은 부정부패의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사랑스런 자식이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나라의 어른들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기울였다. 그들이 오로지 어른 대접받기만을 원했다면, 국민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죽어라 일을 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5. 배부른 다음에, 예술을 하고 학문을 하고 관광을 하고 민주주의를 하고 정의를 실현하고 부를 골고루 나누고 하는 것은 자식들 몫이다. 국민들 몫이다. 지식인들 몫이다. 다음에 나라 어른이 됐거나 앞으로 될 분들의 몫이다.
  
  6. 한국은 절대 저절로 잘 살게 된 게 아니다. 99% 우리 국민의 노력이고 우리 위정자들의 공이다. 국제 환경을 잘 이용한 위정자들이 국내에 조성해 준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게 조성해 준 환경에서, 국민들이 우리 부모들이 불철주야 일함으로써 얻은 자랑스런 업적이다.
  
   절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놀부의 재산이 아니다. 모두 우리 당대에 스스로 일군 재산이다. 일본이나 미국으로부터 동냥해서 모은 재산이 절대 아니다. 총칼로 협박해서 갈취한 재산은 더욱 아니다.
  게으름을 떨치고 운명을 거부하고 근면과 성실로 스스로 번 흥부의 재산이다. 자랑스런 재산이다. 조선이 아니라 북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태어난 흥부의 재산이다.
  
  7. 조선의 흥부가 가난을 못 벗은 가장 큰 이유는,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면서, 나라 임금 이하 위정자들이 백성에게 일 자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자신들이 재산을 독차지하고 오로지 일반 백성들을 종으로 부려먹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동을 착취했기 때문이다.
  
  8. 조선의 흥부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것과 북조선의 흥부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무엇이 다른가? 어떻게 다른가?
  
  9. 백성이 또는 국민이 못 살수록 나라의 어른은 신과 같이 우러러 보아야 할 존재이고, 백성이 또는 국민이 잘 살수록 나라의 어른은 국민들이 이름도 몰라도 되고 욕을 퍼부어도 되는 존재이다. 이유는? 백성이 못 살수록 나라의 주권이 잘 사는, 나라의 어른이나 위정자에게 귀속되고 국민이 잘 살수록 나라의 주권이 잘 사는 국민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못 사는 자는 주인이 되지 못한다.
  
  10.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고 조선민주인민공화국은 수령과 장군과 공산당원이 주인이다. 북한 동포가 김일성, 김정일을 한국 국민이 이승만, 박정희를 욕하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백 배 천 배 욕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조국은 통일할 만한 환경이 무르익었다 할 것이다. 그 전의 통일은 아귀 같은 100명의 흥부 자식이 큰아버지 놀부 재산을 1년 안에 다 먹어치우는 것과 같은 비극이 될 것이다.
  
   (2000. 8. 13.)
  
  
[ 2006-01-03, 19:4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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