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面楚歌의 북한과 四面楚歌의 한국
이제 주변 4강국 그 어느 나라도 한국을 믿지 않는다. 북한을 편들다가 국제고아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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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面楚歌의 북한과 四面楚歌의 한국
 
   김정일이 다급하긴 다급한가 보다. 한 달 동안 초호화판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동서로 횡단하며 여유작작하던 천출 장군이 본 지 얼마 된다고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텅 빈 기차를 유유히 내려다보며 '호금도 따꺼'를 만나러 축지법을 써서 상해로 곧장 날아간 모양이다. 생각만 해도 절로 위축되는 나들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골목대장이 속으로야 어떻든 최소한 겉으로는 편들어 주는 두 친척집에 불과 몇 년 사이에 평생 다닌 것보다 많이 들락거린다는 것 자체가 어즈버 태평세월이 바야흐로 끝나가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한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은 절대 아니고(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인 개는 발작적으로 짖는 법), 중국과 러시아도 수틀리면 이판사판 겨눌 수 있는 핵무기는 김정일의 광신도 외에는 아무도 달가워 않는다. 국제역학 관계상 중국과 러시아가 임시방편으로 북한 손을 들어 주는 척할 뿐이다. 이를 잘 아는 김정일은 호금도와 푸틴을 각각 천자(天子)와 차르로 섬김으로써 '결정적인 그 날'까지 시간을 번다. 그 날 이후에는 호금도와 푸틴은 말할 것도 없고 부시와 소천(고이즈미)도 어쩔 수 없이 계면쩍게 통일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베트남이 좋은 본보기다.
  
   인권도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국경선을 완벽히 통제하기만 하면, 그까짓 것 얼마든지 잡아뗄 수 있고 덮어씌울 수 있다고 봤는데, 아무리 총살과 고문, 굶주림으로 닦달을 해도 이제 전세계에서 거의 다 알아 버렸다. 국경수비대의 총구가 필사적인 민중의 뇌물에는, 달러와 공산품과 농산물에는 서서히 녹이 슨다. 게다가 인공위성과 휴대폰은 거짓의 장막을 단숨에 꿰뚫어 버린다. 이제 인권의 실상을 길어야 3년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달러 위조와 마약 거래, 평양산 양담배 유통 등 뒷골목의 노다지 사업도 마침내 꼬리가 잡혔다. 도마뱀처럼 꼬리를 탁 자르고 도망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건 구미호의 꼬리라서 까딱 잘못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용케 생명은 구한다고 해도 더 이상 변신의 재주를 못 부린다. 호랑이, 말, 소, 개, 사자, 쥐, 용, 장군, 임금, 요부 등 천변만변(千變萬變)할 수 있는 원동력이 달러인데, 이 달러가 막히면 배불뚝이 늙은 여우가 눈가에 눈곱을 달고 낡은 우리 안에서 어기적거리는 모습만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잠시만, 마지막으로 형님, 이 동생을 밀어 주시오, 저 놈 막아 주시오, 그 은혜 뼛속 깊이 새겨 두었다가 내 평생 소원, 우리 부자 평생 소원을 이루는 순간, 그 은혜 열 배 백 배로 갚겠소, 하고 김정일은 호금도에게 머리를 조아리러 간 듯하다. 크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건 바로 거대한 종이에 콘크리트 벽과 대포와 총을 감쪽같이 그려놓고 희희낙락하는 남반부의 200리 걸개그림이다. 잘 보면 군데군데 파란 한반도기가 그려져 있다.
  
   핵과 인권과 범죄로 북한은 삼면이 막혀 있으나, 이처럼 민족공조로 한 면이 뻥 뚫려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여차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이다. 7백만 총폭탄을 내세워 후천개벽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이 제일 가련하다. 제일 위험하다. 2천8백억 달러의 수출에 2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지만, 세계최강 미국과 결의형제 사이이고 세계 제2의 부국과 이웃사촌이지만, 2천년 동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중국에게 연 3백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보고 있고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파멸로 이끈 공포의 대왕 러시아보다 돈이 많지만, 서로 허리끈을 풀고 통음할 수 있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지난 10여년간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무의식중에 또는 의도적으로 너무도 많이 보여 주거나 들켜서, 50년 동안 고심참담하게 쌓은 국제적 신뢰를 바벨탑처럼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제 주변 4강국 그 어느 나라도 한국을 믿지 않는다. 1차 외환위기로 경고를 주었지만, 스스로 폐허에서 일어선 듯이 오히려 기고만장하여 안보위기 따위는 생각도 않는다. 안보위기에 비하면 외환위기는 고래 앞의 새우처럼 보잘것없는데, 평화는 말만 요란하게 앞세우면 봄처녀처럼 수줍은 미소를 띠고 사뿐사뿐 다가오는 줄 안다. 이미 평화가 왔다며 대포를 녹여 쟁기로 만들고 총을 구부려 낫으로 만들 생각에 여념이 없다. 군인의 약 60%가 전쟁이 날 리 없다고 온통 평화무드에 젖어 있다. 6·25 전날 밤에 광란의 파티를 즐기던 그 때 그 장교들보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병이 더 태평스럽다. 하물며 일반 국민들이야!
  
   북한? 실은 제일 무섭다. 각각 3백만의 동족을 학살하거나 굶겨 죽인 그 솜씨로 남북 정상이 끌어안는 걸개그림이 내 걸린 휴전선 아래로 뚜벅뚜벅 내려오는 순간, 언제든지 1천만 정도는 학살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위로는 북한의 연방제, 아래로는 땅굴, 이렇게 상하까지 합하면 육면초가(六面楚歌)다. 한국의 행마(行馬)는 겉보기만 화려할 뿐 잠자리 날개처럼 얇아서 비수 한 칼이면 언제든지 대마가 몰살할 수 있다.
  
   북한의 위기는 김정일 일개인에겐 천재일우의 기회이고 한국의 4800만에겐 절체절명의 위기다.
  
   (2006. 1. 12.)
  
  
[ 2006-01-12, 22: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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