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진돗개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욕심이 앞을 가리면 천하없이 똑똑한 진돗개도 둘도 없이 멍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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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진돗개
 
   차가 달리고 있습니다. 새 천 년에 뽑은 현대 차입니다. 이에프(EF) 소나타. 미국에서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에서 저 유명한 일본의 도요다 캠리를 이긴 차랍니다.
  
   길은 자유로, 시원하게 잘 뚫려 있지요. 시속 120 킬로미터로 질주하던 차가 갑자기 부드럽게 길가에 멈춥니다. 스르릉, 길 사이 넓은 잔디밭으로 살짝 들어가 주차하는군요. 이상하네요.
  
   점잖은 신사가 한 분 내리는군요. 뭐라고 차 안에 대고 한 마디 하더니, 하늘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뉘엿뉘엿 걸어가는군요. 허리를 굽히네요. 손을 내밀고 코를 들이대는군요. 코스모스! 예, 가을도 아닌데 코스모스가 피었군요.
  
   그 순간 쌩! 이에프 소나타가 달리는군요. 누군가 모자를 썼는데 참 자그마하네요. 자세도 엉성하고... 진돗개! 영리한 진돗개가 운전을 하는군요. 80, 90, 100, 110, 120, 130 킬로미터. 와, 150킬로미터, 170킬로미터! 시속 백 마일을 넘겼습니다. 경찰 차가 까마득히 사라지는 차를 보고 씩씩거립니다. 제일 경쾌한 음악은 에프 장조(F major)의 소나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봄'처럼 경쾌하게 에프(Ef) 소나타가 달립니다.
  
   호시탐탐 운전대를 노리던 진돗개가 컹컹 콧노래도 즐겁게 순식간에 문산을 넘어, 판문점을 지나 쏜살같이 북한에 넘어가 버리네요. TV를 자주 보더니, 진돗개가 벌써 통일된 줄 아나 봐요. 갑자기 도로가 좁아지고 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합니다. 포장된 게 없군요. 자욱한 먼지... 쿵! 순식간에 그만 황해도 말로 개울창에 현대 차가 콕 처박혀 버립니다. 불쌍한 이에프 소나타, 더 불쌍한 진돗개!
  
   갖은 고생 끝에 진돗개가 일산의 새 집으로 돌아온 건 한 달도 더 지난 늦여름, 가물가물 하늘에 별 몇 개만 반짝이던 밤. 나타나기만 하면 개 배때기를 차려고 한 달 동안 태권도를 열심히 익힌 신사, 그러나 뼈와 가죽만 남은 충성스런 진돗개를 보고 그만 와락 안아 버립니다.
  '다시 시작하자. 열심히 일해서 차도 새로 뽑고 옛날의 큰 집도 새로 사자.'
  
  속말: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욕심이 앞을 가리면 천하없이 똑똑한 진돗개도 둘도 없이 멍청해진다.
  
   (2000. 8. 1.)
  
[ 2006-01-14, 21:5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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