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대상 1순위가 개혁을 주도
일선학교 교사중 아무나 임의로 교육부 관료 숫자만큼 뽑아 1년만 맞바꿔 근무해 보자. 선생님들이 10배는 잘할 것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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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개혁대상 1순위는 정부여당일 겁니다. 그런데 개혁의 칼날을 맞아야 할 자들이 도리어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국민의 고통이 나날이 커지고 미증유의 비극이 각일각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200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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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에서 제일 낙후된 부분은 흔히 정치라고 한다. 2000년 총선에서 시민 단체의 낙천, 낙선자 명단 공개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지지와 반대를 떠나서 온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유는 정치의 낙후성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본다.
  
   정치 못지 않게 우리 국민이 관심이 많은 분야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이다. 우리 나라 사람 치고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교육과 정치에 대해서는 전문가 뺨치게 척척 대답을 못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왜 국민의 수준이 이렇게 높은 데도 불구하고 교육과 정치가 국제 경쟁력이 그렇게 떨어질까.
  
   정치 낙후성의 가장 큰 이유가 보스 정치에 있듯이 교육도 이유는 그와 가장 비슷한 '의사 결정 구조'에 있다.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절대 일선 학교에 있는 게 아니다.(대학은 빼고) 학생들도 교사도 해방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본 적이 없다. 학생들도 참 착했다. 이따금 선생님의 회초리가 휙 날아가긴 했지만, 이른바 선진국에 비하면 폭력 무풍지대였다. 아침 보충 시간에 한 번 늦으면 큰 일 날 줄 알 정도로 순진했다. 호랑이 선생님이 어슬렁어슬렁 복도를 지나가면 전교생이 숨을 죽이고, 씹던 껌도 꿀꺽 삼키고 하다 못해 책을 보는 척이라도 했다.
  
   이젠 다 옛날 이야기다. 선생님의 어깨는 축 처져 있고 그 목소리는 모기 소리만 하고 그 눈은 눈꼴 시러워서 차마 학생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공부 시간엔 애원을 하고, 쉬는 시간엔 기발한 학습 방법을 개발한다고 머리를 싸맨다. 학생들의 언어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저들끼리 주고받은 말에 열 마디에 일곱 여덟 마디가 욕설이다. 남녀 합반해서 그런가. 여학생의 욕설도 씩씩하기만 하다.
  
   초중고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암기 위주의 교육이 주범이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많은 과목 <서구의 3배>을 가르치도록 강요하는 교육부의 정책이 주범이다)
  우리 나라는 늘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1, 2, 3위를 차지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한국인은 교육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게 문제다. 그런 학력 수준에다가 미국이나 이스라엘 못지 않은 창의력까지 요구한다.
  
   여기에 장단을 맞춰 허둥지둥 갈팡질팡 천방지축 좌고우면 멀쩡한 사람에게 칼을 휘두른 곳이 바로 교육부다.
  문제의 핵심은 대학이 놀이터라는 데 있는데, 대학생이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곳으로 만들 생각은 않고 잘하고 있는 일선 학교 특히 고등학교를 시도 때도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난도질을 하다 보니, 마치 우리 나라 교육이 엉망진창인 것처럼 엄청난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되었고 드디어는 소원대로 초중고 모든 일선 학교를 미국 공립 학교처럼 X통으로 만들어 버렸다.
  
   학교를 놀이터 내지 사교장으로 만들고 학원을 학교로 만들었다. 그렇다. 문제는 교육부다. 교육부 장관이고 교육부 관료이고 거기 알랑거린 대학 교수다.
  
   왜 교육을 도와 줄 생각을 않고 김일성 못지 않은 독재 권력을 일선 학교에 무차별로 휘두르고 있나. 정부 내에서도 가장 낙후된 부서로 악명이 높은 교육부가 천만 학생과 40만 교사를 제 수족처럼 부리고 있다.
  
   민주화라는 것이 다양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갖는 것인데, 공립은 말할 것도 없고 사립까지 시시콜콜 온갖 간섭을 다한다. <의사 결정>은 오로지 교육부 소관이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것이라도 교육부가 명령하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 모의고사, 보충수업, 자율학습--교육부의 한 마디면 끝이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최대한 양보하여 교과목 관련 특기적성반을 운영하게 허용하더라도(보충수업이란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 회사에서 분식회계하는 것처럼 국어는 '중세국어 연구반', 영어는 '영어회화속성반', 수학은 '수리원리연구반', 국사는 '근현대의 경제사회연구반' 등등 해괴망측한 이름을 붙이게 한다.
  
   현실적으로 수학능력시험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겉보기에 아주 평등하게 보이는 평준화된 상황에서 곧 한 반 안에 전국 1위와 전국 꼴찌가 같이 공부하는 불평등의 극치를 이룬 교실에서, 이러나 저러나 많이 시키면 성적이 전체적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고 돈도 가장 적게 들고 선생님도 보람있고 학생도 나중에는 고마워 하고 학부모는 입이 벌어지는데, 만날 미국 타령만 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 거의 자율권이 없다. 자율권이 없는 곳에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없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없는 곳에 창의력은 있을 수 없다. 일선 학교의 창의력을 말살하는 곳은 다름 아닌 교육부 장관 이하 전 교육부 관료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한국의 일선 학교는 지금도 세계적 수준의 학력에 더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교육부가 군림하는 권력 기관이 아니라 심부름하고 도와 주는 봉사 기관으로 거듭나면.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고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학교 선생님에게 맡기고 학생을 믿으면, <학력과 창의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석에서는 마구잡이 말을 예사로 한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똑똑하다는 것이고 그만큼 잠재적인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이런 한국 학생과 교사에게 날개를 달아 줘야 한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게 해서
  <학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한민족의 위대한 자산이다.
  (이것을 잘 활용해서 우리는 과장 좀 하면 사람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나라가 교육 하나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다.)
  '내가 이래 뵈도 대통령보다 못할 것 없다'는 평등 의식 내지 튀는 성격은 <잠재적인 창의력>으로 정보화 시대에 귀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자신을 먼저 고치기 바란다. 자기가 한 수많은 무리수를 깨닫기 바란다. 미국서 우리 현실과 문화에 전혀 맞지 않는 교육 이론 좀 배워 왔네, 석박사 학위 하나 있네,(배운 게 아니라 암기한 거겠지, 그런 암기야 초등 학생이 인터넷에서 몇 번 클릭하면 다 알 수 있다.)제발 잘하는 일선 학교 선생님들 그만 좀 괴롭히고 제발 사기 팍팍 꺾지 말고
  (그렇게 자신 있으면 미국의 교육부 장관이나 관료를 하도록 하고)
  학생들을 실험실 쥐새끼로 만들 생각 제발 그만하고 선생님과 학생이 신나게 공부 좀 하게 해 주기 바란다. 잘 못하겠으면 그냥 입 꾹 다물고 월급이나 타 가기 바란다. 출근도 않고 집에서 애나 봐도 좋고.
  
   그러다 정 양심에 찔리면 대학생들 제발 공부 좀 하게 만들기 바란다. 하루에 한 시간 공부하는 우리 대학생이 하루 다섯 시간 공부하는 서구 학생들을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그건 암기 위주 교육이니, 창의력 위주 교육이니 그 문제가 아니다. <공부의 절대량>이 문제다.
  
   그래도 미심쩍으면 일선 학교 교사 중에서 아무나 임의로 교육부 관료 숫자만큼 뽑아서 맞바꿔서 일 년만 교환 근무해 보자. 물론 교육부 장관은 교장이 되고 차관은 교감이 되는 조건이다. 차관보는 교무부장이 되고.
  나는 장담한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 교육부 관료보다 10배는 잘할 것이다. 한국의 문화와 현실을 너무나 잘 아니까. 그까짓 교육이론 인터넷 뒤지면 순식간이다. 하루만에 뗄 수 있다. 교육부 관료가 전원 일선 학교로 내려오면 그 학교는 아마 가관이 되리라.
   (2000. 2. 3.)
  
[ 2006-01-27, 10:0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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