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10) --석탄, 석유, 교육열
카운터 펀치는 바로 석유를 거의 쓰지 않는 '정보 산업'이다. 알고 보니 이게 바로 '교육'의 힘이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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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가 바뀐 듯하지만, 교육열에 대한 얘기부터 하겠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우리 나라는 유별난 교육열을 잘 살릴 생각을 않고 이것을 어떻게 하든지 막고 누르려고 쓸데없이 애쓰다가 오히려 순수한 동기와는 달리 전혀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이전에는 산업화 시대라서 양적인 교육으로 아쉬운 대로 필요한 인재를 구할 수 있었지만,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교육이 갑자기 한 시대 뒤떨어지게 된 듯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교육열이 얼마나 대단한 자원인지를 비유를 들어 설명할까 한다.
  
   영국은 크기 자체로 보면 작은 나라이다. 국토 면적은 24만 제곱 킬로미터, 인구는 1996년 기준으로 약 6,000만 명이다. 남북한을 합한 우리 나라가 국토 면적 22만 제곱 킬로미터, 인구는 약 7천만 명이다. 국토 크기나 인구나 우리와 아주 비슷하다. 인구면에서 보면 오히려 우리가 낫다.
   그런데 이런 영국이 GDP로 따져 세계 4대 강국이다. 그래서 영국을 소국이라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옆에 중국이 있어서 작아 보일 따름이다. 1999년 GDP 기준으로 우리 나라는 세계 13대 강국이다. 작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습관을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국토 면적만으로 크기를 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담한 국토와 인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인구로 18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150년 이상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어떻게 해서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산업화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원동력은 과학기술이었다. 영국은 세계 1차 대전 이전까지 노벨상을 거의 휩쓸다시피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영국에서 일어난 원동력은 바로 석탄에 있었다. 석탄은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발견해서 일부 이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의 가치를 제대로 안 국민은 영국민이다. 영국에는 석탄이 많이 났다. 이 아무 쓸모 없는 시커먼 덩어리를 영국의 과학자와 기술자가 마법의 물건으로 만들었다.
  
   육지에서 말을 이용해 징기스칸은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했다. 바다에서 바람을 이용하여 유럽인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아프리카를 탐험하고 인도를 구경했다. 그러나 그들이 비록 총과 대포가 있었다고 하지만, 범선으로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같은 문명 수준이 낮은 땅에서는 무인지경처럼 다닐 수 있었지만, 동양에선 어림도 없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그들이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 한국과 일본에도 마찬가지였다. 거기도 대포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말이나 바람이 아닌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영국은 갑자기 차원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증기 기관을 발명하여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날씨에 관계없이 오대양을 마음껏 누리게 되었다. 그들은 갑자기 강력한 국가로 변신했다.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게 되었다. 무기도 덩달아 급격히 개량되었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하무적으로 탄생했다. 영국은 유럽을 침공하는 대신 석탄을 이용하여 '스스로 일하는' 거대한 기계를 만들어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이걸 유럽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영국이 유럽을 무력으로 침공하지 않는 이유는 거기는 먹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원료는 식민지에 얼마든지 있었다. 유럽은 상품 시장으로 족했다.
  
   영국에 뒤이어 프랑스가 일어나고 한참 뒤에 독일이 일어났다. 유럽 전체가 영국의 '석탄 이용법'을 배웠다. 조그마한 대륙 유럽은 나라들도 모두 고만고만했지만, 이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만약 영국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커먼 석탄을 에너지로 활용할 줄 몰랐다면, 절대 세계 제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제1차 대전이 끝나면서 미국이 갑자기 부상하기 시작한다. 그 원동력은 석유였다. 미국은 이 석유로 세계 제1의 강국으로 부상한다. 큰 땅덩어리에서 무진장 나는 시커먼 액체를 잘 정제하면 석탄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걸 알고 그들은 본격적으로 이를 개발했다. 호사다마랄까 석유에 의해 천문학적인 부를 쌓던 미국에 대공황이 왔다. 그러나 이를 히틀러가 살려 주었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은 말만 요란했지, 대량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세계 제2차 대전이 터진 것이다. 히틀러도 재빨리 석유를 이용해서 막강한 산업 체제와 군대 조직을 만들었지만, 자국에서 석유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끌게 되면 원천적으로 지게 되어 있었다.
  
   미국은 달랐다. 자국 안에 무진장한 석유가 있었다. 중동에서 연합국과 추축국이 서로 석유를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이는 사이 미국은 그냥 국내에서 퍼내기만 하면 되었다. 전쟁은 물자를 끝없이 쓰는 소비 행위다. 소비가 따라 주지 않아 10년간 고생하던 미국은 아연 활기를 띄었다.
   자국에서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던 일본은 시간이 갈수록 미국에게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양쪽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면서도 무진장한 석유로 여유만만했다. 슈퍼 헤비급의 미국이 잽만 툭툭 던져도 체중 감량으로 라이트급도 안 되던 일본과 독일은 픽픽 쓰러졌다. 석유의 위력은 그렇게 대단했다.
  
   2차 대전 후 미국은 초강대국이 되었다. 상대가 되는 나라는 역시 무진장한 석유를 보유한 소련뿐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재빨리 자국의 유전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고 전승국으로서 거대한 자본과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중동을 한 손안에 쥐어 버렸다. 중동 석유는 사실상 미국 것이 되었다. 미국의 5대 '메이저'를 통하지 않고는 과장하면 공산권을 제외한 나라는 산업의 원동력인 석유를 한 방울도 얻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영국도 한 귀퉁이를 차지하긴 했다-- Royal Dutch Shell, British Petroleum.
  
   소련은 시간이 흐를수록 석유를 자본주의 방식으로 철저히 이용하는 미국에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소련의 석유 매장량은 중동과 미국을 합하면, 별 것 아니었다. 게다가 소련은 우호 가격이라 하여 공산국 형제들에게 생산비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공급해 주었다. 소련도 다른 공산국도 에너지가 귀한 줄 모르게 되었다. 낭비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이를 알고 러시아가 석유를 끊자, 큰 소리 뻥뻥 치던 북한과 쿠바가 비실비실 걸음도 간신히 걷게 되었다.
  
   패전국 일본과 독일이 놀라운 나라였다. 미국을 바싹 쫓아갔다. 그 뒤를 전혀 엉뚱하게 뒤늦게 한국이 쏜살같이 따라갔다. 석유를 한층 효율적으로 이용할 인재를 대대적으로 키웠던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은 세 나라의 '교육'은 방심한 미국을 한 때 그로기 상태로 몰아 넣었다. (80년대 후반 우리 나라는 해마다 미국에서 70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로프의 반동을 이용해 위기를 넘긴 후, 종이 울리면서 또 한숨 돌리고, 몇 번 클린치로 버티다가 마침내 미국이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일본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다리가 풀렸다. 한국은 슬쩍 스치듯이 한 방 맞고는 그냥 쓰러지더니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카운터 펀치는 바로 석유를 거의 쓰지 않는 '정보 산업'이다. 알고 보니 이게 바로 '교육'의 힘이었다. 알찬 고등학교 교육으로 독일과 일본, 한국이 미국을 한 때 위협했지만, 미국은 그보다 앞선 대학 교육, 대학원 교육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이젠 석탄, 석유 시대가 지나고 교육의 시대가 왔다. 에너지가 이젠 석탄, 석유에서 교육으로 옮겨갔다. 천운인가. 우리 나라는 교육열이 세계 제일이다.
   그런데 이걸 우리는 자꾸만 억누르려고 한다. 미국은 지금 앞서가지만 큰 걱정이 있다. 도대체 교육열이 살아나지 않는다. 인재는 갈수록 백인에게서 드문드문 나오고 아시아인에게서 쏟아져 나온다.
  
   이 점에서 우리 나라는 엄청나게 유리한 입장이다. 그런데 이 귀중한 교육열을 살릴 줄 모르고 부담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더군다나 이제는 대학 교육, 대학원 교육인데 우리 대학생은 저렇게 술만 퍼 마신다. 대학 앞에는 이제나저제나 술집만 즐비하다.
  
   교육부는 우리의 교육열을 잘 살려 초등학생부터 더욱 열심히 신나게 공부하게 할 생각을 않고 어떻게든 실패한 미국의 공교육을, 이른바 열린 교육을 강제로 일선 학교에 주입하려다가 일선 학교가 의도와는 달리 모두 놀이터로 바뀌었다. 교육열이 거의 없는 미국과 우리 나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모르고 미국을 모방하다가 불과 이삼 년 사이에 그나마 공부 하나는 열심히 하던 풍토마저 다 버렸다.
  
   인간 교육은 더욱 힘들어 초등학교 교사도 이젠 교단에 서기가 두렵고 짜증이 난다. 도대체 씨알이 안 먹힌다. 컨츄리 꼬꼬나 이정현, 조성모, H.O.T., 남휘석이나 이승엽, 박세리가 교단에 서야 할 판이다. 교과목은 스타크나 에이지 오브 킹, 골프, 메이커업, 코디네이션, 연기, 대중가요, 백 댄스로 다 바꿔야 할 판이다.
  
   국어는 채팅에서 욕설이나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골라서 열심히 배우고, 영어는 단어를 모르면 대충 전자 사전을 그 때마다 두들겨 맞춰서 짐작이나 하고, 수학은 전자 계산기 두드리는 정도만 배우면 되고, 과학은 고개만 끄덕이고, 사회는 이야기만 들으면 되겠다.
   인터넷과 컴퓨터만 배우면 거기 모든 정보가 있다고 하니까, 학교에 컴퓨터만 잘 갖춰 주고 ISDN만 구축해 주면 되겠다.
  
   왜 이렇게 석탄보다 귀하고 석유보다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는가. 세계로 웅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있는가. 우리 나라만한 영국이 세계를 지배했듯이 우리도 이 기막힌 교육열을 잘 살리기만 하면 세계를 지배하지는 않되 한 발 앞서서 세계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홍익 인간의 뜻을 살릴 기가 막힌 정보화 시대가 우리를 보고 손짓하는데, 우리는 이 귀한 교육열을 그냥 쓰레기통에 하수구에 마구 버리고 있다. -계속-
  
   (2000. 3. 26.)
  
[ 2006-04-03, 20:0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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